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안전 상의 이유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영공 통과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우회 항로를 이용함에 따라 유럽 왕복 노선은 편도 기준 최장 2시간 45분, 미주 동부발 인천행 노선은 편도 기준 최장 1시간 40분 늘어날 전망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과 미주 동부에서 출발하는 노선에 대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영공을 피해 우회 운항할 방침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영공 진입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두 항공사의 우회 항로 운항에 따라 인천에서 영국 런던·프랑스 파리·네덜란드 암스테르담·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을 오가는 유럽 노선의 경우 편도 기준 비행시간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45분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 뉴욕·애틀랜타·시카고·워싱턴·보스턴·캐나다 토론토를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항공편의 경우 편도 기준 1시간에서 1시간 40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천을 출발해 미주로 가는 항공편의 경우 항로에 변동이 없어 비행시간이 늘어나지 않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은 여객 수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비행 시간이 늘어난다고 당장 항공권 가격이 오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한국을 오가는 직항편에도 변동이 생겼다. 대한항공은 모스크바뿐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는 항공편에 대한 운항을 오는 4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공항 운영 및 안전 등의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을 운항하는 또 다른 항공사인 에어부산(298690)도 현재 운항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항공업계에선 러시아행 항공편 운항이 당분간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보험사들이 러시아행 항공기에 대한 보험 보장 범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안전에 우려가 있다는 보험사와 재보험사들의 지적이 나왔다"며 "여기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로 러시아행 항공기에 대한 보험 보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도 "항공사들이 보험 적용 문제 등으로 운항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며 항공편 일정을 수시로 확인하라고 공지했다.
통상 항공사들은 인명 사고나 기체 결함에 대비해 항공기 보험에 가입한다. 작은 사고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이 보험 없이는 항공기 운항을 하지 않는 이유다. 일례로 2018년 우리 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에 동원됐던 이스타항공은 대북 제재로 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어 항공기 운항에 난색을 표했고, 정부가 사고 보상 책임을 진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여객기를 띄웠다.
해외에선 이미 보험 문제로 러시아행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우방국인 카자흐스탄의 국영 항공사 에어아스타나는 지난 11일 보험 문제로 러시아행 모든 여객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터키의 저비용항공사(LCC)인 페가수스항공도 같은 이유로 러시아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대한항공에 이어 에어부산까지 블라디보스토크 노선 운항을 중단할 경우,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여객 직항편은 당분간 사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