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006400)가 중국 내 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다. 비주력·저성과 사업을 중단해 해외 생산 라인을 효율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중국 사업 비중 축소가 현지 배터리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14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말 중국 우시에 위치한 배터리 팩 법인(SWBS)을 청산했다. 삼성SDI는 앞서 지난해 초에도 장춘의 배터리 팩 법인(SCPB)의 청산을 완료했다. 이로써 삼성SDI는 중국 내 배터리 팩 사업에서 완전 철수했다.

삼성SDI가 두 배터리 팩 법인을 청산한 것은 실적이 저조한 탓이다. 우시법인의 경우 2020년과 지난해 모두 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장춘법인 역시 2018년을 제외하면 2016년 6억원, 2017년 8억원, 2019년 9억원의 순손실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말 취임한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의 ‘질적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재무 전문가인 최 대표이사는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임직원에게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을 이루자”고 당부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주력 사업은 내실을 다져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두 법인은 설립 초기부터 중국 정부의 배터리 규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 등으로 정상 가동을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시법인은 2015년 공장 부지 선정과 법인 설립까지 마쳤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사업이 지연됐다. 당시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규제는 사드 보복의 일환이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삼성SDI 제공

장춘법인은 삼성SDI가 2015년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슈타이어의 전기차용 배터리 팩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마그나 슈타이어의 중국 사업권을 가져오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장춘법인은 2019년 마그나 슈타어이가 수주했던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이후 계약 연장이나 신규 수주를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청산을 택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배터리 팩 사업을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는 마그나 슈타이어의 전기차 배터리 팩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관련 사업에 진출했다. 중국 법인은 모두 철수했으며 미국 법인도 누적 손실이 약 500억원에 달한다. 오스트리아 법인만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으나 그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SDI는 중국 내 팩 공장을 모두 철수하면서 톈진과 시안에 배터리 셀 공장 가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두 셀 공장 역시 설립 초기였던 2015년 중국의 배터리 규제로 가동률이 10~20% 수준으로 떨어지며 고전했다. 현재는 생산 물량을 유럽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면서 정상 가동 중이다. 중국 정부가 한국 배터리에 대한 규제를 순차적으로 풀어주고 있지만, 여전히 현지 시장 공략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축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둔 국내 업체에게 최대 고민거리다.

삼성SDI는 현재 헝가리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에 생산기지가 구축되면 삼성SDI의 중국 사업 비중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 중국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했을 때는 세계 최대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는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과 자국 배터리 기업 보호 정책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이미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자국 기업들이 장악한 상황이라 규제를 풀어줘서 중국 시장을 파고들긴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어떤 규제를 또 내놓을지 몰라 사업을 하는데 변수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