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중소·중견기업계 주요 공약으로 가업승계 지원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가업상속공제 관련 요건을 완화하고, 증여세 과세특례도 개선해 미리 승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중소·중견기업계가 가장 바라는 상속세 인하는 '여소야대' 국회를 넘어야 하는 등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13일 중소·중견기업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원활한 가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의 사후(死後) 관리기간과 사후 요건 등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때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해, 상속세 부담을 줄여 주는 제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가업상속공제 활용 건수는 연평균 85건으로, 독일(1만1000건)이나 영국(2600건)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상속인은 '사후 관리기간' 7년 동안 지분이 감소하지 않아야 하고, 자산의 20%(5년 이내는 10%) 이상을 처분하면 안 된다. 1년 이상 휴업·폐업하지 않아야 하고, 근로자 수도 유지해야 한다.

업계에선 사후 관리기간이 너무 길어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윤 당선인은 사후 관리기간을 7년보다 단축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단축 기간은 밝히지 않았지만 '선진국 기준'을 따르겠다고 했던 만큼, 일본처럼 '5년 이하' 수준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또 가업상속공제의 사후 요건 가운데 하나인 '업종 변경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주업종을 7년 동안 유지해야 한다. 그나마 올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되면서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상 대분류 내에서는 업종을 바꿀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제조업(대분류) 내에 고무·플라스틱 제조업체(중분류)가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체(중분류)로 업종을 변경할 수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조업(대분류)에서 정보통신업(대분류) 등으로 업종을 바꿀 수는 없다. 윤 당선인이 공약대로 업종 변경 제한을 폐지하면 경영 환경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중소·중견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중소기업의 계획적 승계 지원을 위한 사전(死前) 증여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현 경영자가 숨지기 전에 가업승계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경영 연속성이 생길뿐더러 자녀간 상속 분쟁과 같은 문제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한도를 얼마나 높이는지다. 현재 가업 주식을 증여할 때는 100억원 한도에서 증여세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계는 가업상속공제 한도인 500억원까지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법인 주식만 적용하고 있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개인사업자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상속세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업력 10년 이상의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의 98%가 가업승계 과정의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부담 우려'를 꼽았다. 처음 조사했던 2019년 77.5%보다 20%포인트 넘게 올랐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세계 2위다. 여기에 상속세액 30억원 초과 시 특수관계인 할증 20%까지 적용하면 상속세율은 60%로 높아져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윤 당선인도 '상속세 완화'에 공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충남북부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을 만나 "우리나라 상속세는 받는 사람 기준으로 계산하지 않고, 피상속인의 재산 자체를 기준으로 과세해 상속인이 실제로 받는 이익에 비해 과도한 세율을 적용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 완화) 여론이 좋지 않지만, 근로자의 고용보장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기업이 영속성을 갖도록 제도를 촘촘히 만들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상속세 완화를 위해서는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과제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가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볼지 '책임의 대물림'으로 볼지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가업을 이어받아서 일자리도 만들고, 세금도 더 많이 낸다는 측면이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편법 승계와 같은 일탈 행위는 근절하면서, 독일처럼 일자리를 늘리면 상속세를 인하해주는 식의 구체적인 방식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