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컬러강판 수출이 지난해 동기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과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컬러강판을 건축자재나 가전제품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컬러강판 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최대 수출지인 유럽의 공급망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컬러강판 수출은 올해 1월과 2월에 총 22만7000톤(t)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보다 17.9% 늘어난 양이다. 특히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하는 기간이지만 지난해 한달 평균 수출규모(11만2000t)를 웃돌았다. 컬러강판은 강판에 도료(페인트)를 도장하거나 필름 등을 부착한 제품이다. 일반 철강재보다 t당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다양한 색상은 물론 나무 등 소재의 무늬나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동국제강 '럭스틸(Luxteel)' 컬러강판. /동국제강 제공

유럽시장에는 1월과 2월에 총 7만9900t을 수출해 전년 동기보다 95.1% 증가했다. 한국 컬러강판 최대 수입국도 멕시코를 제치고 벨기에가 차지했다. 벨기에는 올해 컬러강판 2만3400t을 수입했다. 유럽 지역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벨기에로 수출한 뒤 다시 육상으로 옮기는 공급 방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시장을 고려해 컬러강판 업체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가장 먼저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Luxteel)’을 만든 동국제강(460860)이 선발주자다. 지난해부터 KG동부제철은 ‘엑스톤(X-TONE)’, 포스코강판은 ‘인피넬리(INFINeLI)’라는 컬러강판 브랜드를 선보였다. KG동부제철과 포스코강판은 사명도 각각 ‘KG스틸’과 ‘포스코스틸리온(POSCO steeleon)’로 바꾸기로 했다.

친환경 트렌드에 맞춘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컬러강판에 쓰이는 도료(페인트) 가운데 석유화학 원료가 많이 들어가는 용제를 개선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무(無)용제형 컬러강판 ‘럭스틸 BM유니글라스(Luxteel Biomass Uniglass)’를 개발했다. 생산 과정에서 UV(자외선) 경화 기술을 더하면 기존 컬러강판 공법보다 탄소 배출량을 80% 이상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KG동부제철 역시 바이오매스 용제를 활용한 ‘친환경 컬러강판(ECO PCM)’을 시생산했다. 석유화학 원료 대신 옥수수나 콩 등 바이오매스 원료를 활용한 용제를 적용했다. KG동부제철은 수지나 안료도 바이오매스 기반의 친환경 제품을 대체하고,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 도료를 건조해 에너지를 아낄 수 있는 ‘LOW PMT(Peak Metal Temperature)’ 기술 등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컬러강판 업체들은 시장 상황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망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 대(對)러시아 컬러강판 수출은 7.6% 감소했고, 대(對)우크라이나 수출은 75.4% 줄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긴축에 나서면서 전방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보일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컬러강판 업체 관계자는 “컬러강판을 적용한 가전제품 등의 소비가 늘면서, 컬러강판 수출도 덩달아 늘어났던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시장이 얼어붙었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