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의 제재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가 130달러를 돌파했다. 항공·해운사의 매출 원가에서 연료비 비중이 20% 안팎을 차지하는 만큼, 수익성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화물에 부과하는 유류 할증료도 늘어나 수출 기업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항공·해운업계에 따르면 항공유 가격은 싱가포르에서 갤런당 2.7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갤런당 1.59달러보다 75.5% 올랐다. 선박용 초저유황 연료유(VLSFO) 역시 싱가포르에서 톤(t)당 900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80.5% 높은 수준이다. 대(對)러시아 제재에 따른 원유 수급난이 불거지면서 국제 유가가 뛰자, 연료비도 급등하고 있다.
연료비 부담이 큰 항공·해운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매출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항공사는 20~30%, 해운사는 10~25%에 달한다. 유가가 오를수록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HMM(011200)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원가 4조9233억원 중 연료비가 6814억원(15.5%)이었고, 대한항공(003490)은 작년 기준 전체 영업 비용 7조289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24.7%)이 연료비였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여객 수요를 회복하지 못한 저비용항공사(LCC)의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체 여객 인원은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1억2337만명)보다 70.5% 줄어든 3635만명에 그쳤다. 수익률이 높은 국제선 여객 인원은 2019년(9039만명)의 3.6%인 320만명에 불과했다.
항공·해운사들은 연료비 상승분만큼 유류 할증료를 올리고 있어, 소비자와 수출기업이 운임 외에 지불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다음달 국내선 여객 유류 할증료를 9900원으로 인상한다. 국제선 유류 할증료는 이달부터 10단계를 적용해 거리 비례별로 1만8000원~13만8200원을 부과하고 있다. 2016년 7월 유류할증료에 거리 비례구간제가 적용된 이후 10단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항공화물 유류 할증료도 오는 16일부터 장거리 기준 ㎏당 780원으로 올린다. 지난달 ㎏당 570원보다 36.8% 비싸진다.
해운사의 경우 계약조건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미주노선 기준 전체 운임의 10%를 유류 할증료로 부과하고 있다. 40피트 컨테이너(FEU) 기준 미주 동·서안 노선의 운임이 평균 9000달러대인 만큼 FEU당 900달러(약 108만원)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해운사와 항공사 모두 오르는 연료비를 유류 할증료에 반영하고 있어, 수출기업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국제 유가가 150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 만큼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