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알루미늄 공급이 수요보다 200만톤(t) 가까이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캔, 반도체, 친환경차 등 알루미늄이 필요한 산업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증산 속도는 더딘 영향이다. 세계 3위 알루미늄 생산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경제제재에 나선 만큼 올해 알루미늄 수급은 더 빠듯할 전망이다.
1일 세계금속통계국(WBMS)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 알루미늄 수요는 6906만t이었다. 2020년보다 7.8%(501만t) 늘었다. 하지만 공급은 3.1%(200만t) 늘어난 6713만t에 그치면서 수요가 공급을 193만t 웃돌았다. 알루미늄이 104만t가량 초과 공급됐던 2020년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코로나19) 사태와 산업 변화, 탄소중립 등이 맞물린 결과다.
코로나 이후 주춤했던 알루미늄 수요는 지난해 소비가 늘면서 살아났다. 특히 에너지 인프라(기반시설)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송전선 등 알루미늄 주요 수요처의 생산이 늘었다. 신규 수요도 커졌다. 알루미늄은 가벼운 금속이어서 전기차처럼 무게를 줄여야하는 산업에서 합금철에 많이 쓰이고 있다. 태양전지와 모듈 프레임, 지지대 등에도 사용된다.
반면 전 세계 알루미늄의 60%가량을 생산하는 중국은 환경 규제를 이유로 알루미늄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데 소극적인 모습이다. 알루미늄은 보통 1t을 생산하는 탄소 11t이 배출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알루미늄 수급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알루미늄 생산국으로, 약 6%가량을 담당한다. 루살(Rusal)이 대표적인 기업이다. 경제제제와 금융제재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알루미늄 원료(보크사이트) 수입은 물론, 생산 제품 수출 모두 제한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이 차질을 빚을수록 전기 소모량이 큰 알루미늄 제련업계의 생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알루미늄 생산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량인데, 지난해 유럽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4.6배, 독일 4.1배 등으로 크게 뛰었다. 전력난과 전기요금 부담으로 유럽 제련소들은 가동을 멈춰야 했다.
유럽 제련소가 가동을 멈추면서 재고가 줄고 가격은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재고량은 현재 80만t 수준이다. 지난해말 121만t에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달 25일 기준 t당 3355.5달러다. 연초보다 19.2%, 전년 동기보다 51%가량 높다. 지난달 24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t당 3519달러를 찍었다.
이 같은 수급 상황은 단기적으로 알루코(001780), 삼아알미늄(006110), 조일알미늄(018470) 등 국내 알루미늄 업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공급난이 길어지면 가격 부담이 커져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금속업계 관계자는 “자국 우선주의나 보호무역주의에 따라 기존에도 보크사이트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나왔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질까 걱정”이라며 “자원국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