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반도체용 희귀가스인 네온(Neon)의 가격이 뛰고 있다. 포스코(POSCO)는 미래 먹거리로 산업가스 산업을 꼽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네온 132만8000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국내 네온 수입량의 23%다. 러시아에선 전체 수입의 5.2%인 30만4000달러어치를 들여왔다. 네온은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회로를 새길 때 쓰이는 ‘엑시머 레이저 가스’에 쓰인다. 반도체 공정에 있어 필수 원료로 꼽히지만, 지난해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다른 반도체용 주요 희귀가스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다. 크립톤(Krypton)은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1250만8000달러(30.7%), 러시아에서 712만5000달러(17.5%)를 수입해 전체 수입의 48.2%를 차지했다. 제논(Xenon)도 우크라이나산 수입이 2728만6000달러(31.3%), 러시아산 수입이 1550만9000달러(17.8%)로 전체의 49.1%였다. 두 물질은 반도체 회로 패턴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깎는 식각 공정에 쓰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당분간 반도체 희귀가스 수급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격도 뛰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를 보면, 최근 2년(2020년·2021년)간 네온 수입중량 대비 수입액은 ㎏당 53달러 안팎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고조되면서 지난해 12월 ㎏당 82달러, 올해 1월 122달러까지 치솟았다. 크립톤 역시 올해 1월 수입중량 대비 수입액이 ㎏당 643달러로 2년 평균(329달러)의 2배 수준이었다. 제논의 수입중량 대비 수입액 역시 ㎏당 11월 3544달러 → 12월 4273달러 → 1월 5350달러로 가파르게 올랐다.
산업용 가스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포스코 입장에선 호재다. 포스코는 올해부터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서 네온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반도체용 특수가스 전문기업 TEMC와 2019년부터 협력해 제철 공정용 가스 생산에 사용 중인 대형 공기분리장치를 활용한 네온 생산 설비를 자체 개발했다. 이를 통해 추출한 네온을 TEMC가 독자 기술로 정제한 뒤 완제품인 엑시머 레이저 가스까지 생산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에서 연간 고순도 네온 약 2만2000N㎥(노멀 입방미터)를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수요의 16%가량을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포스코는 생산되는 네온을 전량 판매하고 있다.
포스코는 제논과 크립톤 역시 강소기업과 협업해 생산기술을 개발, 2023년 상반기부터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네온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업계에서 점차 관심이 늘고 있다”며 “네온 가격은 협의 중이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당장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네온과 크립톤, 제논 모두 약 3개월치의 재고를 확보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반도체 생산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재고가 있어서 큰 변동은 없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연쇄적으로 반도체 공장도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