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사일 등 원거리 무기로 주요 거점을 타격한 후 지상군을 투입하는 재래식 작전과 대규모 분산서비스거부공격(디도스·DDoS), ‘가짜뉴스’ 등 사이버전(戰)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혼합)’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기부를 받고 있는데, 기부금은 2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쟁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방산업계 및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에 인공위성 기반의 초고속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날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이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 CEO에게 스타링크 서비스 개시를 요청한 지 10시간 만에 바로 개통했다고 응답이 온 것이다. 스타링크는 머스크 CEO가 2000여개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에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사업이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중 인터넷망 지원을 요청한 것은 사이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침공한 24일 이후 심각한 인터넷망 장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전은 재래식 전력뿐 아니라 정보전과 정치 공작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이뤄지는데, 이 중 사이버전은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침공에 앞서 사회적 혼란 조장을 위해 사이버 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우크라이나 의회와 외교부 등 정부 주요 기관과 은행 등은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작전 개시 직전과 직후 시스템 장애를 겪었다.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이 마비된 것이다. 국방부, 보안국, 경찰 등 주요 정보기관의 웹사이트도 다운되면서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이를 두고 침공에 앞서 통신을 두절시키기 위한 러시아의 소행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지난 15일 우크라이나는 국방부 웹사이트와 주요 은행 2곳이 디도스 공격을 받았다며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한 바 있다.
러시아는 사이버전을 통한 하이브리드 전쟁의 선두주자다. 전담 부대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보조직인 총정찰국(GRU) 등 산하의 정규 조직을 비롯해 유명 민간 해커그룹까지 포함하면 3만~5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또 다른 하이브리드 주요 전술인 선전전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SNS·국영 언론사 등 미디어를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댓글 공작을 통해 러시아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등이다.
러시아보다 관련 전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해커들에게 ‘정보기술(IT) 군대’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페도르프 부총리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해커들이 러시아 주요 에너지 기업과 금융회사에 사이버 공격을 가해달라며 텔레그램 채널 링크를 올렸다. 이에 국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가 러시아를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선언했고, 이후 러시아 대통령실 공식 사이트인 크렘린궁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IT 기술의 발달로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된 현대에 사이버 전쟁은 시간·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라면서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도 재래식 무기 공격과 더불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가짜뉴스’가 주목받는 등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전쟁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