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기본설계 입찰을 앞두고, 현대중공업과 LIG넥스원(079550), 한화시스템(272210)이 무기체계·레이더 개발 협력에 나섰다.

28일 방산·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는 이달 중순 LIG넥스원과 한국형 항공모함 연구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경항모 기본설계 수주를 위해 경항모에 탑재될 전투체계뿐 아니라 다기능 레이더(MFR), 관제레이더 등의 기술 협력을 약속했다. 해당 기술들은 항공모함의 작전수행 능력을 끌어올리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한화시스템도 현재 현대중공업과 경항모 관련 기술 협력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다. 한화시스템이 함정 전투체계(CMS)에 강점이 있는 만큼, LIG넥스원처럼 전투체계와 레이더 등에서 현대중공업과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함정 전투체계는 함정에 탑재된 다양한 센서, 무장, 기타 통신 및 지휘체계를 통합 운용하기 위한 무기체계를 말한다. 해상전의 승패를 가르는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한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차기구축함 KDDX에 탑재할 전투체계와 MFR 개발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해군 경항모 컴퓨터그래픽(CG) 영상 장면. /해군 제공

현대중공업이 LIG넥스원, 한화시스템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이유는 기본 설계 수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다. 기본설계 수주 여부가 향후 실선 건조계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항모는 탐지장비와 방어무장 등을 갖추고, 다양한 항공기를 탑재·운용한다. 육해공을 모두 타격할 수 있는 무기가 탑재되는 만큼 다양한 방산기업과 손을 잡아 놓는 것이 당연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경항모 사업을 두고 대우조선해양과 경쟁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0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기업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경항모 기본 설계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같은 해 8월엔 영국 밥콕과 경항모 기본설계 사업 수주 및 실선 건조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밥콕은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함’ 개발에 직접 참여한 영국 대표 조선사로, 최신 함정 설계와 건조기술 등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맞서 이탈리아 국영조선소 핀칸티에리와 손을 잡았다. 핀칸티에리는 미국의 차세대 호위함과 이탈리아 경항모 2척을 건조한 경험이 있는 조선소로, 양사는 올해부터 세부설계와 시공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엔 독도함과 마라도함 등 대형 상륙함 분야에 강점이 있는 HJ중공업(097230)(옛 한진중공업)과 경항모 설계 및 건조를 위한 상호 협력 합의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제시한 한국형 경항공모함(CVX) 그래픽 이미지(위)와 대우조선해양이 MADEX에서 공개한 CVX 실물모형. /현대중공업 조선DB 제공

방산업계에선 잇따른 MOU 체결을 바탕으로 경항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아직 경항모 사업 초기 단계로, 배를 건조하는 조선사와 무기에 특화된 방산업체가 자연스럽게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입찰 공고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항모 사업에서 경쟁하는 두 조선사가 유리한 고점을 차지하기 위해 방산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1990년대부터 해군의 숙원사업인 한국형 경항공모함은 건조 비용은 약 2조300억원, 연간 운용비용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편성한 72억원 규모의 예산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항모는 2~3년간의 기본설계와 5~7년의 상세설계 및 건조 단계를 거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통상 함정 획득 단계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함건조 등의 단계로 구성된다. 경항모의 개념설계는 2019년 10월 현대중공업이 수주해 지난 2020년 12월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