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곡물 수출터미널을 운영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에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가 전시에 들어가면서 2019년부터 미래 먹거리로 공을 들여온 식량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곡물 수출터미널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을 확인했으나,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내 신규 구매 및 판매 계약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26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군사작전 승인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동부와 남부, 북부 3면에서 공격을 일제히 개시했다. 국경과 일부 지역은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침공 이틀째인 전날 러시아군은 수도 크이우(Kyiv) 시내까지 진군해 우크라이나군과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침공으로 벌써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래픽=손민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러시아군의 포격이 수도 크이우뿐 아니라 ‘므콜라이우(Mykolaiv)’ 등 다수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므콜라이우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 수출터미널이 있는 지역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최대 항구 도시 중 하나로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남부 크름반도 국경에서 직선거리로 약 150㎞ 떨어져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곡물 수출터미널이 분쟁 지역과 거리가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군사 작전이 다방면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신규 구매 및 판매계약은 잠정 중단된 상황”이라며 “현재 곡물 터미널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근무하던 주재원 8명 등은 러시아 침공 전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왔다고 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 수출터미널은 2019년 9월에 준공됐다. 이곳을 거점으로 유럽연합(EU), 중동·북아프리카(MENA), 아시아 지역에 옥수수, 밀 등의 곡물을 판매해왔다. 지난해 7월에는 국내에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을 통해 식용 옥수수 2만3000톤(t)을 공급했다. 곡물 수출터미널은 일종의 창고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출 가격이 낮을 땐 곡물을 비축했다가 수요가 급증할 때 선적하는 방식으로 가격 변동성 위험에 대응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터미널 전경. /포스코인터내셔널 제공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식량 소재 사업은 철강, 에너지와 함께 3대 핵심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꾸준히 성장 중인데, 지난해에는 8조1443억원의 매출에 25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전년 대비 12%씩 상승했다. 전체 매출에서 식량 소재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24%에 달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800만톤(t) 규모의 곡물 취급량을 오는 2030년 2500만t까지 늘려 글로벌 10대 식량종합사업회사에 오르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우크라이나 영농 사업 진출도 계획하고 있었지만, 러시아와의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규 투자 여부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종합상사 관계자는 “전쟁은 종합상사들이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지정학적 리스크 중 하나”라며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선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작년에도 지정학적 리스크에 골머리를 앓았다. 가스전을 운영하는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것이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내셔널 전체 연간 영업이익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다. 당시 내전으로 확대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일부 시민단체가 미얀마 군부의 인권 유린을 이유로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사업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토탈과 쉐브론 등 몇몇 글로벌 에너지 기업은 지난달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