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지난해 6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탈(脫)원전 추진에 국제 원자재 가격까지 크게 오르면서 한전이 부담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급증했지만, 전기요금은 소폭 조정에 그친 탓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5조860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2020년 4조86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3년 만에 적자에서 탈피했지만, 1년 만에 영업이익이 9조9464억원(-243.4%) 줄어들면서 또다시 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로 국제유가가 치솟았을 때 기록한 연간 영업손실 2조7981억원의 두 배 이상인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이기도 하다. 다만 매출액은 2020년 58조5693억원에서 지난해 60조5748억원으로 2조55억원(3.4%) 늘었다.
한전이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것은 영업비용이 2020년 54조4830억원에서 지난해 66조43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조9519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중 자회사 연료비는 4조6136억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5조9069억원씩 늘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이 크게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석탄발전 상한제약 시행, 전력수요 증가 등으로 LNG 발전량이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의무이행 비율이 7%에서 9%로 상향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탈석탄 기조 아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서두른 것이 한전의 부담을 키운 셈이다.
실제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는 비용인 전력도매가격(SMP)는 2020년 킬로와트시(kWh)당 68.9원에서 지난해 94.3원으로 37% 상승했다. 이외 발전설비 및 송배전설비 취득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1조4314억원의 영업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했다.
반면 전기판매수익은 소폭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증가해 전력판매량이 4.7% 늘어났지만, 국민 생활 안정 도모 목적으로 요금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기요금은 1분기 kWh당 3원 인하된 후 3분기까지 동결됐다가, 4분기에야 3원이 올랐다. 이에 따라 전기판매수익은 1조4792억원(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한전은 “향후 연료가격의 추가 상승으로 재무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강도 자구 노력에 한전과 전력그룹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무위기 대응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해 전력공급비용 절감, 설비효율 개선, 비핵심 자산매각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석탄 및 LNG 등 연료비 절감 노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전은 “전력시장의 가격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연료비 등 원가변동분이 전기요금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