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윤활유 소비량이 3년째 100만㎘선을 밑돌고 있다. 반도체 수급 이슈 등 일시적 현상을 제외하더라도 자동차 신규 등록이 지금보다 크게 늘어나긴 어려운 데다, 윤활유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친환경차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국내 윤활유 시장의 성장은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19일 한국윤활유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윤활유 소비량은 98만6000㎘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94만3000㎘) 대비 4.6% 늘어난 수준이지만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윤활유가 소비됐던 2017년(106만9000㎘)보다는 7.8% 낮은 수준이다. 특히 국내 윤활유 소비량은 2019년(99만㎘)부터 3년째 100만㎘선을 하회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타격을 받았던 이동 수요가 살아나면서 윤활유 소비량도 소폭 늘었다”면서도 “업계에서는 앞으로 늘어난다 해도 103만~105만㎘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말 협회는 2024년 국내 윤활유 소비량으로 108만㎘를 전망했는데, 협회는 물론 업계에서도 낙관적 전망이라며 실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윤활유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전방 산업인 자동차 시장의 성숙기 진입이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등록대수는 총 174만3000대로 전년(191만4000대) 대비 17만3000대(9%) 감소했다. 누적 자동차 등록대수는 2491만1000대로 1년 전(2436만6000대)보다 2.2% 증가했지만, 증가폭이 크지는 않다. 특히 인구 2.07명당 1대의 자동차를 보유한 셈이 되면서 선진국 수준(미국 1.1명, 일본 1.6명, 독일 1.6명)에 가까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를 필요로 하는 자동차 산업이 성장해야 함께 따라갈 수 있는데, 국내의 경우 앞으로 인구 감소 추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수요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윤활유 시장엔 악재다. 전기차는 윤활유를 한번 넣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내연기관차 대비 필요한 윤활유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용 윤활유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차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지는 시장은 아니다”라며 “결국 국내 윤활유 시장은 한계권에 도달했고, 앞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자동차 신규 등록 감소에도 전기차는 10만대가 새로 등록되면서 2020년(4만6000대)보다 115% 증가했다.
이에 정유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려 윤활유 사업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096770), 에쓰오일(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 4사가 윤활유 사업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총 2조8314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7조2333억원)의 39%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친환경, 고급화 제품 중심으로 공략하되 내연기관차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는 해외 시장에서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윤활유 수출량은 2301만9000배럴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1742만배럴)보다 32% 늘어난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인도(616만4000배럴·26.4%), 미국(378만2000배럴·16.4%), 중국(331만8000배럴·14.4%) 등에 주로 수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