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축통화에 편입될 수 있는 근거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적 위상과 수출 규모, 외환시장 거래 비중 등에서 자격을 갖췄다는 것이다. 또 원화가 기축통화로 인정받을 경우 최소 112조8000억원의 경제적 이득과 89만2000명의 고용효과를 볼 수 있다며 정부가 원화의 기축통화 인정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IMF 집행이사회는 올해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 구성 및 통화별 편입 비중을 검토한다. SDR은 IMF 회원국들의 대외준비자산으로 활용되고, 필요시 회원국 간 협약에 따라 SDR 바스켓을 구성하는 통화로 교환할 수 있다. 즉 SDR 구성통화가 되면 국가 간 무역·자본거래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통화인 ‘기축통화’로 인정받게 된다. 현재 기축통화로는 달러화·유로화·엔화·파운드화·위안화 등 5개 통화가 있다.

IMF 집행이사회는 약 5년마다 SDR 바스켓을 검토하는데, 2015년 11월 위안화 편입 결정 이후 지난해 회의를 개최해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해 중반으로 연기했다.

전경련은 이번에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돼야 한다고 봤다.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IMF가 제시한 SDR 통화바스켓 편입조건과 한국의 경제적 위상 등을 고려했을 때 원화의 자격은 충분하다”며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돼 기축통화로 인정받을 경우 우리 경제는 최소 112조8000억원의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으므로, 올해 중반 진행될 IMF 집행위원회의 편입 심사에 앞서 정부가 원화의 SDR 포함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도 2015년 위안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때 차기 편입통화 1순위로 원화를 지목한 바 있다.

그래픽=이은현

먼저 전경련은 한국 경제의 위상이 충분히 올라섰다고 봤다.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과 교역액이 각각 세계 10위, 9위를 기록했고, 국가신용등급도 높다. 지난 1월 S&P 기준 한국은 AA 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현재 기축통화국인 일본과 중국(A+)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전경련은 “세계 9위 수준의 주식시장 시가총액 등 금융시장도 선진화되어 있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서의 원화의 안정성과 활용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세계 최빈국에서 글로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만큼 IMF의 설립 목적과도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IMF는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빈곤 감소, 국제무역 활성화 등을 위해 설립됐다. 한국의 GDP는 1956년 15억달러에서 2020년 1조6382억달러로 1092배 증가하는 등 보기 드문 경제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세계 최초로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는 등 도움을 주는 나라로 도약했다. 전경련은 “SDR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개도국 원조이며, 원화 편입 그 자체로 SDR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SDR 편입 첫 번째 요건인 ‘글로벌 수출 5위 이내’ 조건도 충족한다. 한국의 2016년~2020년 평균 수출액은 5438억원으로 통화발행 주체별 기준으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기존 SDR 편입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1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원화의 국제거래 비중도 상승하고 있다. SDR 편입 두 번째 요건인 ‘자유로운 통화사용 조건’도 충족이 가능하다. 전경련은 “국제교역에서의 원화결제 비중과 원화자산에 대한 대외수요가 지속 증가했으며, 외환시장에서의 원화거래 비중도 2015년 위안화가 SDR에 편입될 당시의 위안화 수준에 근접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원화가 IMF의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경우 장·단기적 경제적 효과는 총 112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실질 GDP의 5.3%에 해당하며, 고용도 89만2000명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경제적 효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먼저 시뇨리지 효과로 87조8000억원의 이득을 올릴 수 있다. 시뇨리지 효과란 국가가 화폐발행으로 얻게 되는 이득으로 화폐주조차익이라고도 하며 화폐의 액면가치와 화폐 제조비용과의 차액을 말한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될 경우 다른 나라들의 원화 보유 수요가 높아져 원화를 추가 발행 및 유통하는 데 따른 경제적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전경련은 정부가 87조8000억원의 시뇨리지 이득을 모두 국내 고정자본형성을 위해 투자한다고 가정할 경우, 71만3000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될 경우 환율 안정에 따른 수출증대 효과도 볼 수 있다. 전경련은 “환율의 불안정성은 최대 38.5% 감소하며, 이에 따른 장기적인 수출 증대액은 지난해 실질 GDP의 0.9%에 해당하는 15조6000억원”이라고 말했다. 15조6000억원은 고용을 10만3000명 늘릴 수 있는 금액이다. 이외 한국과 SDR 편입통화국의 10년물 국공채금리 차이도 0.63%포인트(p) 떨어져 이자부담이 9조4000억원 줄어든다. 이는 7만7000명 고용 창출이 가능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