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펄프(섬유나 종이의 원료) 가격이 다소 내려갔지만, 해상운임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제지업계가 비용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26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국내 1, 2위 업체인 한솔제지(213500)와 무림은 이달부터 인쇄용지 가격을 7%씩 인상했다. 두 업체는 지난해에도 2차례에 걸쳐 7~15% 정도 할인율을 축소하는 행태로 인쇄용지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복사용지 브랜드 ‘밀크(miilk)’를 갖고 있는 한국제지 역시 제품값 인상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림P&P 인쇄용지 일관화 공장 생산라인 모습. /무림P&P 제공

제품을 주로 배로 운반하는 제지업체는 코로나 사태로 해상운임이 치솟으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달 31일 5000선을 넘으며 2009년 10월 집계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류비는 통상적으로 제품 원가에서 5~10% 정도를 차지했는데, 최근엔 약 20%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도 문제지만, 종이를 실을 컨테이너 공간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종이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반면 운반 단가는 낮기 때문에 선적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면서 “정부가 뒤늦게 전용 선복량(화물 선적공간)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펄프 가격도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원자재가격정보를 보면 이달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의 가격은 1톤(t)당 675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t당 925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던 5~6월과 비교하면 약 27% 떨어졌으나 지난해 1월(595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구 인근 해역에 화물선이 모여 입항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지업계는 공급망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펄프 가격이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펄프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주요 생산지인 캐나다·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말 홍수가 발생하는 등 글로벌 수급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제품 가격을 올려도 물류비나 원자재 비용 상승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