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회사채 공모에 나선 현대로템(064350)이 BBB급 신용등급에도 예정 규모의 두 배가 넘는 주문을 받아 흥행에 성공했다. 회사채 발행이 흥행한 이유는 현대로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철도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전날 1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앞서 현대로템은 지난 11일 100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는데, 246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800억원 규모 2년 만기물에 1520억원, 200억원 규모 3년물에 940억원의 청약이 각각 몰리자 발행규모를 확대했다. 금리 역시 공모희망금리보다 낮게 2년물은 연 3.3%, 3년물은 3.5% 수준에서 형성됐다.

현대로템이 대만에 납품하는 가오슝 전동차 외관 조감도. /현대로템 제공

BBB급 신용등급에도 흥행이 가능했던 배경은 현대로템의 신용전망이 긍정적으로 평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많은 하이일드 펀드(high yield fund·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채권형 펀드) 운용사들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받으려 매수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은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전자어음)과 기존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차(005380)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철도, 방산, 플랜트 사업을 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철도가 약 58%로 가장 많고 방산 31%, 플랜트 11% 순이다. 현대로템은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영업손실 1962억원, 2799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0년부터 자산매각과 전환사채의 자본 전환 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모습이다. 2019년 BBB로 떨어진 신용등급도 지난해 ‘긍정적’ 전망을 받아 상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로템의 철도사업 전망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철도 부문은 경쟁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던 철도사업은 2019년 12월말 현대차증권(001500) 사장이던 이용배 사장이 부임한 이후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을 통해 수익성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이다.

철도 부문은 최근 신규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로템이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약 2개월간 국내외에서 수주한 사업은 5건으로, 규모는 약 1조1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엔 대만 가오슝시와 MRT 레드라인 북부 연장선 전기·기계(E&M) 턴키사업(2210억원 규모), 캐나다 에드먼턴시와 밸리라인 트램 납품 계약(2189억원)을 체결했다. 이어 12월엔 한국철도공사 준고속열차(EMU-260) 납품계약(3864억원), 코레일 전동차 납품계약(1338억원)을 각각 맺었고 이달엔 공항철도 주식회사와 전동차 납품계약(1810억원)을 체결했다.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서울 ADEX)' 프레스데이 행사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K2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방산 부문 실적도 견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1월 방위사업청과 1136억원 규모의 K2 전차 창정비 요소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앞서 수주한 5330억원 규모의 K2 전차도 올해 본격적으로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K2 전차는 1조원대 노르웨이 전차 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는데, 현재 독일 KMW의 레오파드 2A7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르웨이 군 당국은 오는 12월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의 주력 사업인 철도와 방산 부문은 국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정부가 2030년까지 약 119조원을 투입해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을 세우는 등 추가 수주 기회가 많아질 전망”이라며 “현대차그룹 수소사업의 한 축으로서 수소전기트램 등을 개발해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