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 Ⅱ(M-SAM)’ UAE 수출을 최종 결정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등 남은 중동 순방길에서도 K9 자주포를 비롯한 대규모 수주 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UAE를 방문 중인 지난 16일(현지 시각) UAE 국방부는 천궁 Ⅱ 획득을 결정했다. UAE 국방부는 UAE 기업 타와준(TTI)과 국내 기업 LIG넥스원(079550), 한화시스템(272210), 한화디펜스와 각각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천궁 Ⅱ는 노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호크’를 대체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아래 국내 방산업체들이 개발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다.
천궁 Ⅱ는 국내 방위산업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 금액으로 주목을 받았다. 앞서 UAE는 국방부 트위터를 통해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천궁 Ⅱ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4조원 규모의 계약 중 한화시스템(272210)은 천궁의 ‘눈’ 역할을 하는 다기능레이더를 1조3000억원 규모로 수출하고 한화디펜스는 약 3900억원의 발사대와 적재·수송차량을 제작한다. 이를 공급받은 LIG넥스원이 체계 종합과 유도탄·교전통제소를 맡아 UAE 공군에 최종 전달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업계에서는 문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에서도 국내 무기의 추가 수출 계약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부터 6박 8일간 UAE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할 계획이다. 이집트의 경우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수출 계약이 긴밀하게 논의 중이고,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비호복합(K-30 비호에 신궁을 추가한 이동식 대공포) 도입 사업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선 K9 자주포가 천궁 Ⅱ의 뒤를 이을 유력한 수출 품목으로 꼽힌다. K9 자주포는 2001년부터 터키와 폴란드, 핀란드, 인도,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 6개국에 수출돼 현재 전 세계에서 약 600문이 운용 중이다. 2005년부터 이집트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한 K9 자주포의 수출이 최종 성사되면 중동·아프리카지역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최근 방산업계 주요 수출 사례를 보면 문 대통령이 직접 수출 대상 국가를 방문해 계약을 체결하는 패턴을 보인다. 지난달엔 문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양국 정상 회담을 진행하는 가운데 K9 자주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정부는 육군 현대화 노력의 일환으로 ‘LAND 8116′ 자주포 도입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계약 체결에 따라 한화디펜스는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호주 육군에 K9 자주포 30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15대를 공급하게 됐다.
중동 외 지역에서 올해 수출 계약이 기대되는 무기로는 한화디펜스의 레드백 장갑차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전투기 FA-50 등이 있다. 한화디펜스는 5조원 규모의 호주 차세대 장갑차 도입 사업(Land 400)을 두고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와 최종 경합 중이다. KAI의 경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 FA-50을 앞세워 1조원 규모의 말레이시아 경전투기 교체사업에서 유력 후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전 정부부터 다년간 추진해 온 방산 수출에 문 대통령이 이른바 ‘숟가락만 얹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천궁 Ⅱ 수출은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주부터 아크부대 파병 등 12년간 한국과 UAE가 쌓아온 신뢰가 원동력이 됐다”면서 “무기 수출은 업계 특성상 기업, 지자체, 정부가 모두 힘을 모아야 가능하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