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을 이끄는 최윤범 부회장이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고려아연이 1974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투자 재원을 마련한 만큼 사업 확장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7일 금속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는 최근 스위스의 에너지 저장시스템(ESS) 개발업체 에너지 볼트에 5000만달러(약 600억원)를 투자했다. 에너지 볼트는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호주 선메탈(SMC)의 아연제련소에 ESS를 구축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아크에너지는 지난해 최윤범 부회장 주도로 설립된 이후 재생에너지·그린 수소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월 호주 퀸즈랜드의 최대 풍력발전 사업 중 하나인 매킨타이어 풍력력발전소 지분 30%를 인수하고 수소 생산 및 파일럿 플랜트를 설치했다. 지난달엔 호주 재생에너지 전문업체 에퓨런도 인수했다. 에퓨런은 태양광이나 풍력 인허가부터 설계, 시공, 운영 등 모든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고려아연은 2040년까지 사업장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토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호주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고, 선메탈 아연제련소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 아연’을 생산하는 그림도 그리고 있다. 선메탈은 증설을 통해 아연 생산능력을 기존 23만톤에서 올해 30만톤으로 늘리면서 친환경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서도 에너지 사업 투자가 필요하다. 고려아연은 전력비용으로만 연간 3000억원을 써왔다. 지난해 5월 온산제련소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가 운영되면서 비용을 10%가량 줄였지만, 여전히 중국이나 인도 등의 경쟁업체들보다 부담이 큰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도 커 고려아연은 풍력이나 태양광 등을 통해 자체 전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부회장. /고려아연 제공

최 부회장은 에너지 사업을 비롯해 이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자원 재활용) 등 3가지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올해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를 선언했다. 이차전지와 관련해선 지난해 LG화학(051910)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차전지 양극재 원료인 전구체 생산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2019년 고려아연의 대표가 됐다. 이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최창걸 명예회장의 동생 최창근 회장이 25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최 부회장이 고려아연의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최 부회장의 비전을 뒷받침할 경영 성적표는 성장세다. 고려아연의 매출은 2019년 6조6900억원에서 2020년 7조58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053억원에서 897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9조5100억원에 영업이익 1조1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아연 제련수수료(TC)가 급락하면서 실적 우려가 불거졌지만, 비철금속과 희귀금속 가격이 폭등하면서 고려아연 몫인 ‘프리메탈(freemetal·계약비율 이상 생산분) 가치가 크게 뛰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톤(t)당 2000달러대에 머물던 아연가격은 지난해 10월 t당 380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6일엔 t당 3560달러에 거래됐다.

업계에선 올해도 고려아연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고려아연의 예상 영업이익을 1조1000억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올해는 TC가 지난해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금이나 은 등 제련 과정에서 얻는 희귀금속 가격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여전히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신사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낼 때까지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 게 과제다. 금속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본업인 정제사업이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면서 신사업에 투자할 재원과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면서 “2023년에 이차전지 소재의 본격적인 생산·판매가 예정돼 있지만, 실제 매출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