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서면서 산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6일 종가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204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선 것은 2020년 7월 24일(1201.5원)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통상 달러 강세 흐름은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외화 부채가 큰 기업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하지만, 수출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타격을 입는 대표적 분야는 에너지 산업이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경우 원유, 가스, 석탄 등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하기 때문에 환율 리스크에 항상 노출돼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015760)의 경우 올해 예산집행계획을 수립할 때 예상 환율로 달러당 1172원을 설정했다. 현재 수준(6일 기준 1204원)과 비교하면 32원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2900억원대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환율 10원당 영업이익이 1200억원 줄었는데, 올해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그만큼 환율 효과가 커진 것이다.

SK가스(018670), E1(017940) 등 민간 액화석유가스(LPG) 수입 업체 역시 영향을 받는다. LPG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LPG를 구입할 때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은 수익성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울산신항의 현대오일터미널. /현대오일뱅크 제공

올해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한 정유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 모두 수출 비중이 내수 비중보다 높은 만큼 환율이 오르면 최종 판매가격도 올라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보다는 원가 상승 측면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 수출 비중이 대략 60%로 다른 산업 대비 높은 편인 만큼 환율 리스크를 헤지(Hedge·위험회피)하는 효과가 있지만 원유를 100% 수입하는 만큼 전체적으론 마이너스”라며 “지금 환율 수준은 예상보다 높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도 외화 결제 비중이 높아 환율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큰 편이다. 외화 지출이 외화 수입보다 많고, 외화 차입금 비중도 높다. 해외에서 빌려오는 항공기 리스료도 달러로 결제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이 올라도 국제선에서 벌어오는 외화로 상쇄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환율이 오르는 대로 타격을 입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순외화부채를 49억달러 보유한 대한항공(003490)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49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3분기 누적된 대한항공의 외화환산손실액은 총 553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누계 영업이익이 76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영업이익의 70% 이상을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 외 비용으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모습. /연합뉴스

다른 항공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작년 1~3분기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외화환산손실액은 총 5445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440억원인 누계 영업이익을 2배 이상 넘어선 것이다. 아무리 영업에서 흑자를 내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이유다. 같은 기간 제주항공(089590)은 283억원, 티웨이항공(091810)은 403억원, 진에어(272450)는 240억원에 달하는 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다. LCC 관계자는 “항공기 리스 과정에서 고정 환율로 계약하는 식으로 환율 급등락에 대비해왔다”면서도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선 위험회피 전략도 소용이 없어 국제선 재개말고는 타개책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석유화학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수입 원료 비중이 높은 만큼 환율이 오르면 원재료비가 상승하지만, 이보단 최종 판매가격 증대 효과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A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적게는 500억원, 많게는 800억원까지 영업이익이 증가한다”며 “현재 수준의 환율 상승은 영업 이익에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원화 약세 흐름이 장기화되면 경기에도 영향을 미쳐 석유화학제품 수요 전반이 꺾일 수 있어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