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대표 계열사인 효성티앤씨(298020)가 주력 제품인 스판덱스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부채를 빠르게 갚아나가고 있다. 그동안 효성티앤씨는 효성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넘겨 받았는데, 1년 만에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를 절반으로 줄였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 투입이 이뤄졌던 해외 공장 증설까지 마무리되면서 재무 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연간 8조4000억원의 매출에 1조43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연간 실적과 비교하면 매출은 63%, 영업이익은 439% 늘었다. 업계에선 효성티앤씨가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을 두고 주력 생산 제품인 스판덱스를 꼽았다. 스판덱스는 고무와 비슷한 탄성을 지닌 폴리우레탄 합성 섬유로 주로 운동복에 쓰인다. 전 세계 스판덱스 시장점유율 1위인 효성티앤씨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스판덱스에서 발생한다.

효성티앤씨에서 생산한 스판덱스. /효성그룹 제공

스판덱스 시장은 지난해부터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운동복, 레깅스와 같은 기능성 의류 수요가 늘면서 호황을 보이고 있다. 일반 의류엔 스판덱스가 최대 2%까지 첨가되는 데 운동복 등에는 스판덱스가 최대 35%까지 첨가된다. 늘어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스판덱스 수출 가격은 지난 1년 사이 톤(t)당 6000달러에서 1만1000달러까지 80% 이상 급등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스판덱스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했다”며 “터키에서 생산한 스판덱스 물량을 중국이 전부 가져갈 정도”라고 말했다.

효성티앤씨는 스판덱스 판매에 힘입어 재무상황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 2018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그룹이 지니고 있던 대규모 차입금을 이관받으면서 자기자본 대비 부채총액을 뜻하는 부채비율이 545%에 달했다. 총자본 중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 의존도는 60.5%였다. 지난 5년간 금융기관과 공기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의 평균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넘은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효성티앤씨의 재무 건전성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효성티앤씨의 부채비율은 166%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말 368%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절반 이상 줄었고, 2018년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차입금 의존도 역시 전체 산업 평균에 근접한 31.7%로 떨어졌다. 2018년 말에서 올해 3분기까지 총차입금 규모는 1조9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32% 줄었다. 지난달 나이스신용평가는 효성티앤씨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상향했는데, 이익 창출 규모 확대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효성티앤씨가 추진해온 해외 공장 증설이 지난해 마무리되면서 재무 구조 개선이 더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중국 닝샤에 연간 생산능력 3만6000톤(t) 규모의 공장을 신설한 데 이어 브라질과 터키 스판덱스 공장의 생산량을 3만7000t에서 6만2000t으로 68% 늘렸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작년 11~12월부터 증설 시설에서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다”며 “설비 투자 금액 감소와 증설에 따른 수익 증대로 재무 구조가 더 빠르게 개선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 /효성그룹 제공

효성티앤씨뿐 아니라 효성그룹의 다른 계열사도 재무 구조 개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타이어코드를 생산하는 효성첨단소재는 부채비율이 2018년 말 443%에서 작년 3분기 말 327%로 줄었으며, 차입금의존도도 64.8%에서 56.4%로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효성첨단소재의 신용등급은 유지하되 전망은 상향하면서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증가로 점진적으로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성 모든 계열사의 재무 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폴리프로필렌(PP)이 주력 제품인 효성화학(298000)의 경우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350%에서 450%로, 차입금 의존도는 60%에서 66%로 올랐다. 업계에서는 효성화학이 베트남 생산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에 2018년부터 총 13억3000만달러(1조6000억원)를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잔여 투자비는 9600만달러 수준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전체 설비에서 가동이 시작되면 재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