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 가격이 1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켈 재고량도 빠르게 줄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원자재 수급난과 비용 증가라는 이중고를 겪을지 우려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올해 원통형 배터리 가격을 인상하기로 결정하고 각 대리점에 통보했다. 배터리 기업이 대리점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면 대리점이 중소 고객사에 배터리를 판매한다. 이들 대리점은 최근 고객사에 8~10% 수준의 가격 인상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사들이 매해 가격을 인상하기는 하지만, 올해는 인상폭이 예년을 상회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차와 전동공구, 청소기, E-바이크, 전자제품 등에 주로 탑재된다. 테슬라, 포드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중국 BYD는 작년 11월부터 배터리 단가를 일괄적으로 20% 올렸다. 궈쉬안, 에스볼트 등 다른 중국 기업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SK온 제공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대형 전기차 업체는 당장 배터리 가격 인상의 영향이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상된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판매가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31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두 모델의 가격을 인상했다. 모델 3의 가격은 3.9% 인상한 26만5652위안(보조금 적용 후 약 4980만원), SUV인 모델Y 기본 모델은 7.5% 인상된 30만1840위안(약 5650만원)이 됐다. 모델Y는 30만 위안 이하 전기차가 받을수 있는 중국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배터리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사용처가 늘어나고, 양극재 핵심 원재료로 쓰이는 니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니켈 현물 가격은 지난달 31일 톤(t)당 2만828달러(약 248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1만4260달러(약 1697만원)와 비교하면 1년 만에 46%가 올랐다. 이는 2012년 1월 t당 2만599달러에 거래된 이후 역대 최고 가격이다.

니켈 재고 수준은 역대 최저치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 LME 니켈 재고량은 10만4446t으로 전주대비 2.5% 감소했다. 니켈 재고량은 35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니켈 재고량은 지난 4월 21일(24만4606t)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원자재발(發) 배터리 가격 인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니켈 가격이 t당 2만50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니켈 공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가 2024년부터 ‘비가공 광물자원 수출’을 금지할 예정이어서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에 니켈 함량을 높이는 추세여서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배터리 가격을 무조건 올릴 수 없어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