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로봇 시장에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현대차(005380), LG(003550)와 경쟁하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로봇 산업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점찍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지난 2월 신설한 로봇TF를 정식 사업부서로 승격한 것으로, 업계는 삼성이 본격적으로 로봇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로봇사업팀 팀장은 TF를 이끌던 전경빈 부사장이 맡았다.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전 부사장은 TF를 이끌기 전 글로벌 CS센터장을 지냈다. 한국품질경영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으며, 삼성전자 내에서는 품질 관련 최고 전문가 중 한명으로 꼽힌다.
로봇사업팀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서 선보였던 삼성봇 시리즈 양산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CES를 통해 삼성봇 케어(돌봄 로봇), 삼성봇 핸디(가정용 서비스 로봇) 등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착용형 로봇을 포함한 삼성봇 시리즈를 출시, 판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로봇시장에 뛰어들면서 먼저 시장에 진출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맞붙게 됐다. 정 회장은 미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로봇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미국의 유명 로봇 제조사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개’로 알려진 4족 보행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 등을 개발한 회사다.
기아(000270)는 지난 9월 산업 현장의 위험을 감지하는 ‘공장안전서비스 로봇’을 광명공장에서 배치했다. 이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Spot)’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AI 프로세싱 서비스 유닛’을 접목시켜 완성됐다.
현대차그룹은 먼저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물류 시장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내년에 최대 23㎏의 박스를 시간당 800개 싣고 내리는 작업이 가능한 물류로봇 스트레치(Strech)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18년 산업용 로봇 제작사인 로보스타 경영권을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엔젤로보틱스, 로보티즈, 아크릴, 보사노바로보틱스 등 글로벌 로봇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2019년 로봇산업센터를 신설했고, 2020년 초에는 ‘LG 보스턴 로보틱스랩(LG Boston Robotics Lab)’을 설립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병원과 호텔, 식당 등에서 자율주행하며 물건을 운반하는 ‘LG 클로이 서브봇’ 출시를 시작으로 안내로봇 ‘LG 클로이 가이드봇’, 비대면 방역로봇 ‘LG 클로이 살균봇’ 등을 선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서비스 로봇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투자금 대비 실적이 나오진 않는다”며 “그만큼 시장이 초기 단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삼성이 로봇 산업에 진출한 것도 시장 선점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