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조선사 현대중공업그룹이 2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이른바 ‘조선 빅딜’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EU) 반(反) 독점 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나섰기 때문이다.
1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을 심사하는 EU 집행위원회가 기업결합 거부 방침을 정했다. EU 집행위는 2019년 12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했지만 심사를 세 번이나 유예했다가 지난달 말 재개했다.
EU 집행위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 독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전 세계 LNG선 시장 점유율은 70%가량인 것으로 집계됐다. EU 집행위는 크루즈선 시장 1위와 3위 조선사 간 합병도 불허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EU 집행위가 한국조선해양으로 독점 우려 완화를 위한 구제조치(remedies)를 내라고 요청해 왔다”면서 “한국조선해양이 건조 기술 이전 및 조선소 일부 매각 등 방안을 제시했지만, EU 집행위원회 등 반독점 당국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조선 빅딜 무산 가능성이 대두하고 있다. 약 3년 전인 2019년 1월 시작한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3년 가까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이유가 EU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된 데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은 심사국 전체의 승인을 얻어야만 가능하다. 조선 빅딜 심사 대상 국가 6개국(한국·EU·일본·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 중 승인을 해준 국가는 절반인 카자흐스탄(2019년10월), 싱가포르(2020년 8월), 중국(2020년 12월) 3개국에 그친다.
한국조선해양은 유럽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EU가 반대할 경우 인수를 철회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서다. 한편 한국조선해양은 EU 집행위의 구제조치 제출 마감 기한이었던 지난 7일 세부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