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체기에 빠졌던 국내 방산업체들이 최근 수출 낭보를 전하고 있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현재 이집트군과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 패키지 수출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제품 납품과 기술 이전, 현지 생산 방식의 수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 자주포 획득사업도 단독공급업체로 선정돼 계약을 마무리 중이며, 차세대 장갑차 교체 사업에서는 레드백이 독일 라인메탈디펜스와 최종 경합 중이다.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인 '천궁-Ⅱ' 발사 장면. /방위사업청 제공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FA-50 수출에 힘을 쏟고 있다. FA-50은 회사의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개조한 경공격기로, KAI는 2013년 필리핀과 이라크에 각각 12대, 24대를 수출했다. 최근엔 정부와 손을 잡고 콜롬비아와 페루 등 남미에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는 약 10억달러의 수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국방부 트위터를 통해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천궁 Ⅱ(M-SAM)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방위산업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천궁 Ⅱ는 노후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호크’를 대체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 아래 국내 방산업체인 LIG넥스원(079550) 등이 개발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이다.

최근 5년간 방위산업 수출은 30억달러(약 3조5310억원)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2020 KIET 방산수출 10대 유망국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약 4조2000억원이었던 방산 수주액은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30.9% 급감한 뒤 3조원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수주가 줄자 수출액 역시 2016년 2조9000억원에서 2018년 2조1000억원으로 27.6%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내 방산 기업의 수출 성적이 좋아지는 모양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KAI, LIG넥스원, ㈜한화(000880) 등 국내 방산기업 4곳의 총 무기 판매액은 전년보다 4.6% 상승한 65억달러(약 7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 대상인 100대 무기업체 전체 판매액의 1.2%로, 이들 기업 모두 매출액 기준 세계 100대 방산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테크윈이 개발한 K9 자주포. /조선DB

전체 50위에 등극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기 판매액은 전년 대비 0.3% 늘어난 22억5000만달러(약 2조6491억원)로, 지난 조사(51위) 때보다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다. 지난해 17억2000만달러(약 2조247억원)의 판매량을 올린 KAI는 63위를 기록해 두 번째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 항공기가 주력 상품인 KAI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판매량이 소폭(1.6%) 하락했다.

㈜한화는 판매량이 전년보다 많이 늘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억7000만달러(약 1조3770억원)의 판매를 기록해 순위가 99위에서 85위로 뛰었다. LIG넥스원도 전체 순위가 7단계 올라 73위에 이름을 올렸다. 판매액은 전년 대비 9.6% 늘어난 13억6000만달러(약 1조6007억원)를 기록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방산 전시회가 재개되면서 수출길이 열린 데다가 우리나라 무기의 입지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