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이벤트와 전시 박람회를 융합한 산업) 복합공간’ 사업을 통해 삼성동과 잠실 일대를 연계해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동의 시작점에 있는 코엑스(COEX)를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사람은 구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구평회 E1(017940) 명예회장이다. 구평회 회장에 이어 장남 구자열 회장이 국내 마이스 사업에 새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지금의 코엑스를 만드는 데에는 제22대·23대 무역협회 회장을 지낸 구평회 회장의 공이 컸다. 구평회 회장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무역협회를 이끌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하기도 했으나 이후 1998년에 IMF 외환위기를 겪었다. 구평회 회장이 외환위기로 망설이던 정부를 설득했고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대비해 코엑스 확장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1996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진행한 확장 사업으로 컨벤션센터와 아셈타워, 호텔, 종합 쇼핑몰인 코엑스몰 등이 만들어졌다. 전시공간은 기존 2만698㎡에서(약 6272평)에서 3만6310㎡(약 1만1003평)로 넓어졌고, 1만7000㎡(약 5167평) 규모의 회의공간도 신설됐다. 2010년 G20 정상회의를 비롯한 굵직한 국제행사를 코엑스에서 개최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마이스업계 관계자는 “코엑스를 중심으로 국내 마이스 산업이 성장해왔던 것을 고려하면 구평회 회장이 한국 마이스 산업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2월 31대 무역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구자열 회장도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35만7576㎡(약 10만8000평) 부지에 2029년까지 전시·컨벤션 시설, 야구장, 스포츠 다목적 시설과 호텔, 문화·상업 시설, 업무 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2조원 규모다.
구자열 회장이 매일 관련 보고를 받으며 직접 챙기는 배경에는 아버지 구평회 회장처럼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첫 부자(父子) 무역협회장인 만큼 구자열 회장이 아버지 구평회 회장의 코엑스 확장 사업처럼, 잠실 마이스 사업을 유치하고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코엑스가 확장 공사를 진행한 지 20년이 지나면서 전시·회의 면적을 더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코엑스에 따르면 공간 부족으로 매년 놓치는 전시회가 연면적 기준 160만㎡ 수준이다. 상업시설을 제외한 코엑스 전체 면적(약 75만㎡)의 2배 규모다. 무역협회와 코엑스는 잠실 마이스 사업을 운영하게 되면 경쟁국에 뺏겼던 국제회의를 서울에서 더 많이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상급 국제회의를 다시 한번 열겠다는 포부도 사업제안서에 담아 지난달 서울시에 제출했다.
무역협회는 코엑스-현대차(005380)그룹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잠실로 이어지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전체를 잇는 보행명소를 개발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다. 약 2㎞ 구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무역협회는 잠실 마이스 사업을 마무리하면 잠실 일대에 외국인을 포함해 연간 11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전시컨벤션 행사가 열려 1조5000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협회 컨소시엄은 잠실 마이스 사업 유치를 두고 한화 컨소시엄과 경쟁하고 있다. 서울시는 두 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를 검토하고, 기술 부문과 가격·공익성 부문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해 이달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