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척 중 9척을 한국이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선박 수주량은 중국에 밀렸지만,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한 결과다.

5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4498만8224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이 2191만8790CGT를 수주해 점유율 48.7%로 수주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695만7415CGT를 수주해 점유율 37.7%로 2위에 머물렀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삼성중공업 제공

올해 중국의 선박 수주량이 늘어난 이유는 컨테이너선을 대거 수주했기 때문이다. 올해 해상운임이 급등하면서 작년 대비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10배 늘었는데, 중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컨테이너선 수주를 싹쓸한 것이다. 중국은 올해 1~11월 컨테이너선 발주량 1910만3190CGT의 59%인 1126만3944CGT를 수주했다. 반면 한국은 이의 절반이 조금 넘는 659만6천281CGT(34.5%)를 수주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컨테이너선보다 LNG 운반선이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592만3793CGT 가운데 91.0%인 538만8722CGT를 수주했다. 중국은 53만571CGT(9.0%) 수주하는 데 그쳤다.

LNG선은 LNG를 영하 163도의 극저온 탱크에 저장해 운반한다. 극저온 상태의 LNG가 새어 나가면 강철이 약해져 배가 두 동강 날 수 있다. 자칫 대형 해상 폭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선사들은 안전성을 고려해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조선소를 선호하는 편이다. 한때 글로벌 조선업계를 호령했던 일본도 최근 한국에 LNG선을 발주할 정도다. 반면 중국이 생산한 LNG선은 잦은 고장으로 신뢰도가 한국보다 낮은 편이다. 일례로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했던 LNG선 글래드스톤호는 지난 2018년 호주 인근 해역에서 엔진이 고장 나 폐선되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소들은 이미 올해 수주 목표를 조기 달성해 2~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라며 “제한된 건조 공간을 고려할 때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만 골라 수주하는 게 수익 개선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