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미래를 앞당기고 있다. 예상치 못한 위기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위협이 되기도 하지만,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장기적 관점으로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팬데믹 대변혁 속에서 2030년을 전망한 이유다. 이코노미조선이 미래학자 6인에 조언을 구해 뽑은 키워드 ‘경험경제, 생명연장, 인공지능(AI), 탄소중립, 부의 이동, 신흥국’에서 기회를 모색해보자. [편집자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위기가 터지자 지난 10년간 이뤄진 전 세계 온라인 배송량이 단 8주 만에 이뤄졌다. 원격 의료는 15일 만에 10배 늘었다. 원격 근무로 화상회의는 3개월 만에 20배 늘었다.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난해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10년간 벌어진 일이 팬데믹으로 수일 만에 벌어졌다”고 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변화의 촉매제 역할을 하며 멀게만 느껴진 미래를 빠르게 앞당겼다.
예상치 못한 위기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1955년 포천 500대 기업 중 62년 후인 2017년 살아남은 기업은 단 60곳(12%)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다. ‘이코노미조선’이 대공황을 뛰어넘는 팬데믹 대변혁 속에서 2030년을 전망하고 기회를 모색한 이유다.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 저지경영대학원장,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회장, 게르트 레온하르트 더퓨처스에이전시 대표, 도리스 나이스비트 나이스비트중국연구소 디렉터, 넬 왓슨 싱귤래리티 교수 등 6명의 유명 미래학자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과의 인터뷰 및 다른 주요 미래학자와 조사기관들의 전망을 취합해 기업과 투자자가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에 올라타기 위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로 ‘CHANCE(기회)’를 뽑았다. 특히 10월 29일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1 글로벌 경제·투자포럼’ 기조연설자 기옌 저지경영대학원장은 “2030년 중국, 인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 구매력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이라 했다. 향후 10년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키워드를 살펴보자.
1│Consumer trends경험경제·메타버스 소비
“쇼핑몰이 경험을 중시하는 전략 덕에 완전히 종말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소매 산업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피터 디아만디스 엑스프라이즈 재단 회장의 전망이다. 차별화, 개인 맞춤형에 초점을 둔 ‘경험경제’ 시대에 이미 진입했다는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의 진단과 연결된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3D프린팅 기술 발전이 이를 뒷받침한다. 3D프린팅은 ‘주문 즉시 생산·배송’을 가능케 해 소매 업자와 고객을 연결하고, 재고와 쓰레기를 줄이는 혁신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배출가스 규제를 받지 않는 가상자산에 대한 소비가 늘 전망이다. 비행기와 자동차를 타지 않고 가상현실을 통한 여행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관측과 맥이 닿는다.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회장은 “가상자산,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2│Health생명연장 및 유전자편집
“10~12년 후부터는 과학이 매년 인류의 수명을 1년 이상 연장할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는 헬스케어 혁신이 만들어낼 대변화를 예상했다. 단순히 웨어러블 기기와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유전자편집 기술로 유전자를 재설계하고 줄기세포, 노화 지연 약물 개발, GDF-11(회춘 단백질) 등의 생명공학 기술로 인간의 수명 연장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버드대 의대 노화생물센터의 데이비드 싱클레어 소장도 “노화 자체를 치료할 수 있는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는 “4차 산업혁명 다음 혁명은 유전자편집 기술로 탄생할 초인(超人)과 관련 있을 것”이라고 했다.
3│AI and deep-tech인공지능·딥테크
“AI가 2030년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에 기여하는 규모는 15조7000억달러(약 1경8800조원)에 이를 것이다. 2030년 GDP는 AI 성장을 바탕으로 2016년보다 14%가량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전망은 AI가 전 산업 곳곳에 스며들 것이라는 기대를 낳는다. 특히 AI, VR, 증강현실(AR),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 기반의 에듀테크(교육 education과 기술 technology의 합성어) 시장 확대도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홀론IQ(Holon IQ)는 세계 에듀테크 지출이 팬데믹 이전 1630억달러(약 195조6000억원)에서 2025년 4040억달러(약 484조8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확장 속도가 빨라지자 앞서 전망한 3410억달러(약 409조2000억원)보다 18.5% 높여 잡은 것이다. “10년 내 인터넷 1위 기업은 교육 기업이 될 것(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딥테크 전문가 에릭 레드먼드는 “AI와 확장현실(XR), 블록체인,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3D프린팅, 양자컴퓨터 등 7가지 딥테크 기술이 10년 동안 적게는 50조달러(약 6경원), 많게는 200조달러(약 24경원)의 부(富)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봤다.
4│Net zero탄소중립
“2030년까지 석유 전체 소비가 30% 줄어들고,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전기차가 자동차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이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전망이다. 레온하르트 더퓨처스에이전시 대표도 탈탄소화를 강조하며 “기업의 미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순환경제, 지속 가능한 경제에 달렸고 이를 위해 전체 운영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 주요국이 ‘탄소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 목표를 앞다퉈 내세우고 있어 2030년까지 에너지 생산·소비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과 맞닿아 있다.
화석연료 탈피 추세는 지정학과 경제구도 재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 세계 GDP의 8%를 차지하는 석유국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인프라를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특성 때문에 일부 국가가 에너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일도 줄 전망이다. 다만 미 국가정보위원회는 ‘글로벌트렌드 2040′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이 커지면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와 리튬, 희토류 등 특정 광물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콩고민주공화국, 볼리비아 등이 조명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5│Change of the wealthy부유층의 변화
기옌 저지경영대학원장은 2030년 금융 투자 시장의 키워드로 100만달러(약 12억원) 이상의 부를 보유한 고액 자산가 증가를 꼽았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지금까지 고액 자산가 규모가 두 배 이상 늘었고 앞으로도 지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특히 2000년 기준 전 세계 부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그쳤으나, 2030년에는 55%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 부의 지형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산층의 영향력도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중산층 수와 지출 규모(구매력)는 2020년 각각 38억 명, 42조달러(약 5경원)에서 2030년 54억 명, 64조달러(약 7경6800조원)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코노미조선’이 인터뷰한 6명의 미래학자들은 신흥 부자가 탄생할 분야로 △교육 △정보기술 △자동화 △로봇공학 △헬스케어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 △AI △기후변화 △바이오공학 부문을 꼽았다. 왓슨 싱귤래리티대 교수는 “현재 NFT를 사는 것은 2009년 비트코인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신규 자산인 NFT가 매우 흥미롭고 혁신적이라 본다”고 했다.
6│Emerging market中·인도 신흥국 부상, 아프리카 인구 증가
“203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넘어 세계 1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인도는 2027년 인구 최다국으로 올라서고, 2030년에는 GDP 3위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연구소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2030년 글로벌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아시아 신흥국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2040년까지 아시아 개발도상국이 글로벌 GDP의 35%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기옌 저지경영대학원장은 다음 산업혁명이 예상되는 곳으로 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사하라 이남 지역을 꼽았다. 다빈치연구소도 앞으로 나이지리아, 콩고,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앙골라, 파키스탄 6개국이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미래에는 기회와 함께 위협 요소도 있다. 미래학자들은 블랙스완(발생 확률은 극히 낮지만 나타나면 큰 충격을 주는 위협) 후보로 △선진국 인구 감소 △기록적인 수준의 세계 국가 부채 △인플레이션 △GDP 대비 높은 각국의 가계부채 △미국과 중국의 냉전 2기 △금리 인상 △기술 남용 △도시화를 꼽았다. 나이스비트 나이스비트중국연구소 디렉터는 “2050년에는 인구의 75%가 도시에 살 것”이라며 “이는 사막화, 가뭄 등 기상이변을 발생시켜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고,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하고, 치명적인 질병을 퍼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미래 축의 이동] ① 미래 키워드 ‘경험경제·생명연장·AI·탄소중립·富의 이동·신흥국’
[미래 축의 이동] ② [2021 글로벌 경제·투자 포럼] 미래학자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 저지경영대학원장
[미래 축의 이동] ③ Interview 미래학자 마우로 기옌 케임브리지대 저지경영대학원장
[미래 축의 이동] ④ <Infographic> CHANCE 2030
[미래 축의 이동] ⑤ Interview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미래 축의 이동] ⑥ Interview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도시계획학과 교수
[미래 축의 이동] ⑦ Interview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미래 축의 이동] ⑧ Interview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 창업자
[미래 축의 이동] ⑨ Interview 제이슨 솅커 프레스티지 이코노믹스 회장
[미래 축의 이동] ⑩ Interview 게르트 레온하르트 더퓨처스에이전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