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시장이 2030년까지 7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생산설비 투자에 나섰다. 생산능력을 키워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 원자재 가격 협상력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전문업체 삼강엠앤티는 최근 지분·회사채(CB) 매각을 통해 SK에코플랜트로부터 약 4600억원을 투자받았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이 최대주주 자리를 포기하더라도 투자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삼강엠앤티 관계자는 “그동안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해상풍력 시장이 성장하면서 기존의 생산능력으로 한계가 있어 신규 공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혼시(Hornsea) 프로젝트 구역 전경. /세아제강지주 제공

SK에코플랜트는 삼강엠앤티 지분 31.83%를 3426억원에 사들여 최대주주에 올라섰고, 삼강엠앤티의 전환사채(CB)도 116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삼강엠앤티는 확보한 투자금 등을 토대로 경남 ‘고성 조선해양산업특구’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다. 예상 투자규모는 5310억원이다. 2024년 상반기 신규 공장이 완공되면 삼강엠앤티의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능력은 65만톤(t)으로 늘어난다. 현재 연간 생산능력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외에 플랜트·조선까지 합쳐 38만t 수준인 것과 비교해 3배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다른 기업들도 해상풍력 관련 생산설비를 새로 짓거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세아제강지주(003030)는 4000억원을 투자해 영국 현지에 해상풍력발전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 생산공장을 세운다. 2023년 공장 건설이 마무리되면 연간 모노파일 생산량은 세계 최대 규모인 24만t까지 늘어난다.

세계 1위 풍력발전타워 제조기업 씨에스윈드(112610)는 올해 덴마크 베스타스(Vestas)의 미국 풍력발전타워 공장을 인수했고, 미국 동부에도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풍력터빈을 만드는 유니슨(018000) 역시 경남 사천공장에 우선 증설하고, 전남에 10메가와트(㎿)급 해상풍력터빈 생산 공장을 짓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에 나서는 배경은 시장의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ERNA)는 전 세계 해상풍력 누적 설치용량이 2030년 228기가와트(GW)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34GW의 6.7배 수준이다. 이후에도 해상풍력 설치용량은 연평균 11.5% 성장, 2050년 1000GW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도 국내 해상풍력 설치용량을 2030년까지 12GW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기를 내륙으로 운송해야 하는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전선업계도 잇따라 증설에 나섰다. LS전선은 강원 동해사업장에 1859억원을 투자해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2023년 4월 완공되면 LS전선의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1.5배 늘어난다. 대한전선(001440)도 해저케이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바다에 근접한 공장을 추가로 짓기 위한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는 장기적인 수익성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생산시설 투자는 필수라고 설명한다. 생산 시설을 늘리면 생산 단가를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경쟁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특히 올해처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생산 시설 증대가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에 들어가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은 올해 3분기까지 t당 103만원으로 최근 3년 평균의 1.5배 수준이다. 전선의 주요 원재료인 전기동 가격도 올해 3분기 1060만원을 넘어서 전년 동기보다 1.4배 뛰었다.

해상풍력 구조물 제작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무대에서 제품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며 “생산 능력을 키우면 원자재 구매 비용을 그만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