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통상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미·중 갈등과 보호무역 주의, 갈수록 높아지는 환경, 안보, 노동, 인권에 대한 기준도 무역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22일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에서 “변화의 흐름 속에 통상 전략도 세계 10위 경제규모에 맞게 변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 회장은 특히 ‘요소수 품귀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대응이 늦긴 했지만, 완전 늦장을 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협회 차원에서도 공급망 점검에 나서겠다고 했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22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무역협회는 삼성물산(028260), GS글로벌(001250), LX인터내셔널(001120), 한국수입협회 등과 ‘수출 공급망 모니터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할 계획이다. 또 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을 중심으로 일부 국가에 집중된 수출 품목을 연구·분석할 계획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입 품목 1만2588개 가운데 특정국 수입이 80% 이상인 품목은 3911개다. 특히 중국산 의존도가 큰 품목은 알루미늄 합금 원료인 마그네슘 잉곳을 비롯해 1856개로 파악됐다.

박천일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은 “업계에서 마그네슘 잉곳, 산화텅스텐, 수산화리튬 등도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며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한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갖고 있는 종합상사들과 TF를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 미칠 수 있는 품목의 공급망 상황을 보면서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은 또 “우리의 우수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다자간 무역질서 회복을 위해 국제사회와 연대와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각국의 통상 이슈를 면밀히 파악하고 동시에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에 정확히 전달함으로써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무역업계의 디지털 전환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지난 2월 15년 만에 기업인 출신 회장으로 취임한 구 회장은 “올해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회원사의 코로나19 극복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물류 문제 등 현장의 어려움을 많이 듣고 돕고자 노력했다”며 “한국이 잘 될 수 있는 길은 수출이다. 내년에는 무역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서울 잠실 스포츠·마이스(MICE) 복합공간 사업과 관련해 수주에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시는 잠실운동장 일대 35만7576㎡(약 1만평)를 개발할 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GS건설(006360), 대우건설(047040) 등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한화(000880)그룹 컨소시엄과 경쟁 중이다. 구 회장은 “잠실 스포츠·마이스 복합공간 사업이 공공재적 사업인 만큼 공공성을 갖고 있는 무역협회 컨소시엄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사례들을 토대로 잘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