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투기(KF-21) 공동개발 분담금을 연체해 온 인도네시아가 약속했던 분담금의 30%를 현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종류와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KF-21 공동개발국인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연체 분담금 납부 시기 등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 협의를 곧 진행할 예정이다. 두 나라는 지난 11일 인도네시아의 체계개발비 분담비율(20%)을 유지하면서 이 중 30%는 현물로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분담금 납부 시기와 구체적인 현물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 등은 정하지 못했다.

KF-21과 국산 무인 스텔스전투기들이 독도 상공을 편대비행 모습을 구현한 컴퓨터그래픽. /방위사업청 영상 캡처

업계 안팎에서는 인도네시아가 돈 대신 지급할 현물의 종류로 팜유(식용유) 등 천연자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외에 방산물자, 공산품으로 지불하는 방법도 검토 대상이다. 당초 인도네시아가 주장했던 납부금 축소나 기간(2016~2026년) 연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현물 납부를 한국이 일부 수용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분담금도 약 1000억원 하향 조정됐다. 2017년 KF-21이 방산물자로 지정되면서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돼 총사업비가 8조6000여억원에서 8조1000여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협상하기 이전에 방산물자로 지정하겠다고 보고하고 시작한 것인데 (지정이) 좀 늦어진 것”이라며 “이번에 (인도네시아 측과) 수정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측이 어려운 경제 사정을 이유로 2017년 하반기부터 제대로 내지 않은 미납금을 추가협상을 통해 돌려받을 계획이다. KF-21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은 내년 1분기까지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비용분담계약서를 수정해 미납금과 향후 납부액을 포함한 연도별 분담금 납부액을 명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계약 이행에 여전히 소극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청이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공동개발 총사업비(8조8000억원)의 20%인 약 1조7338억원을 개발 단계별로 납부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9년 초 미납금 중 일부인 1320억원을 지급한 것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가 현재까지 낸 분담금은 227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방위사업청과 인도네시아 국방부의 KF-21 공동개발 분담금 관련 제6차 실무협의에서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왼쪽 네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최종 합의문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현물로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인도네시아가 선례가 돼 유사한 제3국의 사례가 잇따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과거 노태우 정부 때인 1992년 구소련에 내줬던 14억7000만달러 규모 경협차관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돈 대신 군사장비를 받은 전례가 있다. 이른바 ‘불곰 사업’이다. 인도네시아와는 ‘빌린 돈’이냐 ‘분담금’이냐는 차이는 있지만, 한국 입장에선 받아야 할 돈 일부를 물건으로 받았다는 점은 같다.

‘불곰사업’ 결과 일부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 이전되기도 했지만, 해당 군 장비들의 사고·고장이 문제가 됐다. T-80U전차·BMP-3장갑차 등은 기존 무기체계와의 호환성이 낮고 수리 부속품 재고 부족으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불 끄는 헬기’로 유명한 KA-32 계열 헬기는 산불진화용 헬기 운영 집행예산 가운데 60% 이상이 이 기종의 정비비로 집행되는 등 유지비용이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사청 측은 인도네시아가 미납 분담금을 한 번에 납부하진 않겠지만 계약을 지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여전히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현물 지급마저 미룰 가능성이 있다”며 “현물은 시세 변동에 영향을 받는 등 위험성이 있어 최대한 국내 업체가 손해 보지 않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