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와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460860) 등 철강업계가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었다. 투자금을 마련한 이들 업체는 해외 진출과 친환경 사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17일 각 회사의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3분기말 기준으로 11조7470억원(별도 기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11조4303억원보다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2019년말 8조8215억원과 비교하면 3조원 가까이 늘었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3분기말 기준 2조2232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갖고 있다. 2019년말에는 9504억원, 지난해말에는 2조771억원이었다. 동국제강의 현금성 자산은 올해 3분기말 3017억원이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현대제철 제공

현금성 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예금상품, 단기금융상품 등을 종합한 것이다.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일종의 대기 투자자금이다. 철강재 수요가 늘고 제품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철강사들은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고, 그만큼 자금도 늘어났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별도기준 매출 11조3147억원, 영업이익 2조295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매출 5조1500억원에 영업이익 7806억원을, 동국제강은 매출 1조8773억원에 영업이익 2990억원을 냈다.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이다.

철강업체는 쌓인 자금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포스코는 2030년까지 조강(쇳물) 생산능력을 현재 약 4500만톤에서 6000만톤 이상으로 확대하는데, 107억달러(약 12조6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해외에서 생산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현지 기업과 합작 투자를 하거나,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주력인 컬러강판 생산능력을 현재 약 85만톤에서 2030년까지 100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멕시코에 140억원을 투자해 2022년부터 연간 7만톤의 생산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해외거점도 멕시코, 인도, 태국 3개국에서 미국, 유럽, 동남아, 호주 등 7개국으로 확대한다.

친환경차 소재 사업이나 수소 사업 등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는 2022년부터 약 1조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30만톤 규모의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2025년까지 공사를 마치면 포스코의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은 연간 10만톤에서 40만톤으로 커진다. 구동모터용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친환경차 모터의 전력 손실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도록 개선한 제품이다.

현대제철도 수소 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 2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1공장에서 수소전기차 넥쏘(Nexo) 약 1만6000대 분량의 금속분리판을 생산하고 있는데,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2공장이 실제로 착공에 들어가면 2023년부터 연간 수소·전기차 3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을 생산할 계획이다.

철강업계에선 앞으로 탄소감축을 위한 설비 투자 규모도 가파르게 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처럼 고로(용광로) 운영사는 부담이 더 크다.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고로 1기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교체하는데 약 4조~6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탄소중립이 의무가 된 만큼 투자에 필요한 재원 규모가 크게 늘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제품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등 수익성 지키기가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