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슈퍼 사이클’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던 건화물선(벌크선) 운임이 한달 만에 반토막 났다. 일각에선 원자재 대란이 고점을 지났다고 해석하지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광석·석탄 물동량 감소 영향이란 의견이 많았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12일 기준 2807을 기록했다. BDI는 지난달 7일 5650까지 오르며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은 뒤 한달 넘게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 6월 수준으로 후퇴했다.

중국 허베이성 탕산시에 있는 까오페이뎬 광석 부두에 벌크선이 정박해 있다. /신화·연합뉴스

BDI가 하락하면서 물가 급등세가 한풀 꺾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국 발틱해운거래소가 발표하는 BDI는 광석이나 석탄, 곡물 등을 나르는 벌크선의 운임을 선박 크기별로 평가한 뒤 산출한다. 예를 들어 원자재 물동량이 늘면 벌크선 수요도 증가해 BDI가 상승하는 구조다. 반면 최근 BDI가 하락한 만큼 원자재 수요로 급등했던 물가가 안정화되는 신호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전체 시장의 물동량 변화로 보기 어렵고, 중국의 철강 감산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했다. 전체 벌크선 물동량 가운데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35%가량이고 이 가운데 70%가 중국의 수출입 물량이다. 중국은 탄소감축을 위해 철강재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지난달 철광석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14.2% 줄어든 9161만톤에 그쳤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주요 상품을 나르는 컨테이너선 운임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BDI 하락은 중국의 철광석·석탄 물동량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광석 광산들의 감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벌크선 운임이 더 내릴 가능성도 있다. 철광석 현물 가격(중국 칭다오항 기준)은 현재 톤당 89.7달러까지 내리며 1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지만, 유가 상승으로 광산업체의 생산비용은 4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브라질 최대 광산업체 발레(Vale)는 4분기 저마진 철광석 생산량을 400만톤 줄이고, 철광석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2022년에도 최대 1500만톤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호주 광산업체 리오 틴토(Rio Tinto)도 올해 생산량을 기존보다 1000만톤 적은 9500만~1억500만톤으로 예상했다.

벌크선사들은 장기 계약 중심인 만큼 스팟(spot·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 하락에 따른 영향은 제한적이다. 다만 앞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팬오션(028670)의 경우 벌크선 운임 강세에 힘입어 올해 3분기 191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3분기보다 204.1%(1284억원) 늘면서 시장 전망치를 20% 이상 웃돌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BDI는 여전히 연초보다 2배 이상 높아 안정적인 수익은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올해 3분기만큼의 실적을 당분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