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020560)이 이른바 ‘박삼구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1000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이 부과된 가운데, 30년간 아시아나항공에 불리한 조항이 포함된 계약서가 최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났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003490)은 인수 후에도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까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에 약 97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을 매각한 것과 관련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다. 97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949억원)을 뛰어넘는 금액으로 추징금이 확정되면 재정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금액의 적정성 등과 관련해 심사청구 등 행정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연합뉴스

항공업계에선 추징금 등이 박삼구 전 회장의 ‘그룹 재건’ 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박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금호고속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횡령·배임)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이 매물로 나오자, 그룹 계열사들의 자금을 인출해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으로 부당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하게 지배력을 확장해 그룹 전체의 동반 부실을 불러왔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아시아나항공이 2016년 4월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금호터미널 주식 전량을 금호기업에 매각한 것도 박삼구 전 회장의 그룹 재건 과정에서 이뤄졌다. 금호기업은 박 전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박 전 회장은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을 합병해 금호터미널(현 금호고속)이란 이름의 지주사를 만들어 그룹 재건의 구심점으로 활용했다. 문제는 당시 금호터미널이 보유하고 있던 유형자산의 가치가 1조원이 넘었지만, 매각 대금이 270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시세 대비 저렴하게 금호터미널을 인수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회장은 5000억원대로 추산되는 기내식 독점 사업권을 1333억원에 스위스 게이트고메그룹에 저가 매각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게이트고메 그룹에 2047년까지 30년간 최소 순이익을 보장해주기로 약속한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아시아나항공에 불리한 조건을 허용하는 대가로 게이트고메그룹이 금호홀딩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어치를 무이자로 인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업계에선 연이어 불거진 ‘박삼구 리스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만약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진 뒤 970억원의 추징금이 확정될 경우, 대한항공이 해당 추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 23조에 따르면 합병 후 존속 법인에 소멸 법인의 국세 및 강제징수비를 납부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 후 2년간 자회사로 독자 운영한 뒤 이르면 2023년부터 하나의 통합 항공사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국세청 과징금 관련 소송은 확정판결이 나오기까지 평균 2년이 소요되나, 3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게이트고메그룹과 맺은 계약도 대한항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이후에도 기존 약정대로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과 관련해 게이트그룹에 순이익을 보전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30년간 부담해야 할 손해는 최소 370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금호그룹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라 인수 대금을 깎는 등 금호그룹에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가 승인된 후 해당 사안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라며 “우선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이와 관련해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