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내 최대 규모의 건설기계전시회인 한국국제건설기계전이 열린 경기 고양시 킨텍스. 현대건설기계 부스에 설치된 콕핏(조종석)에 앉은 임종필 기원이 조종 레버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임 기원의 조종에 따라 화면 속 휠로더(짐 싣는 기계)가 버킷에 흙을 담고 오르막길을 올랐다. 이 휠로더가 있는 곳은 전시장으로부터 약 120㎞ 떨어진 충북 음성군 현대건설기계 공장. 시간 지연이 비교적 적은 5G 통신을 통해 전시장에서 현장에 있는 휠로더를 원격 조종한 것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한국국제건설기계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에서 주관한다. 3년 주기로 개최돼 당초 작년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 건설기계 1, 2위 업체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를 비롯해 국내외 14개국 183개사가 참여했다. 국내 점유율 3위 업체인 스웨덴 기업 볼보건설기계는 불참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세계 최초 상용화가 예상되는 수소연료전지 휠굴착기와 중대형 수소 지게차, 내년에 양산을 앞둔 1.7톤(t) 소형 전기굴착기를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디젤 엔진을 대체하는 모델로, 최근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14t 굴착기(HX140ACR) 등 신제품도 눈에 띄었다. 굴착기, 휠로더 등 건설기계 장비는 대부분 디젤 엔진으로, 건설 현장에 있는 전체 건설기계 중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달린 장비는 대략 50~60%에 달한다. 건설기계 역시 일반 디젤차와 마찬가지로 2015년 이후 생산된 경우 요소수를 필수적으로 써야 한다. 이번에 공개한 제품은 SCR 없이도 환경 규제를 충족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현대건설기계와 함께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지주사 현대제뉴인 소속인 현대두산인프라코어도 동반 참가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역시 충남 보령시험장에 있는 22t급 굴착기를 행사장에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시연 부스가 마련됐다. 섬세한 운전까진 어려웠지만, 전시장과 현장 간 시차가 지연되는 느낌이 거의 없이 조종할 수 있었다.
아울러 자체 개발한 3D 머신가이던스, 휠로더 투명 버킷 등 디지털 스마트 솔루션과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클린테크놀로지(Clean Technology), 무인 자동화 종합 관제 솔루션 사이트클라우드(XiteCloud) 플랫폼 등을 선보였다. 사이트클라우드는 현장을 드론으로 3차원 측량해 토공물량 분석부터 토공계획 등 최적화된 작업계획을 수립해 효율적인 현장작업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이다.
야외시연장에서는 건설기계에 장착할 수 있는 다양한 어태치먼트(성능을 높이는 장치) 작업 및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중공업, 제이케이, 엥콘 등에서 만든 틸트로테이터, 회전링크 등이다. 다양한 세미나와 콘퍼런스 역시 마련됐다. 첫날에는 3D 설계 및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카티아(CATIA) 기반 경진대회가 열리고, 11~12일 양일간은 전시장 내 상담장에서 온라인 화상 수출상담회가 개최된다. 참가 업체 및 해외바이어 총 100여 개사가 참가해 전시장 내에서 1:1 화상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개막행사에서는 건설기계 산업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15명에 대한 포상이 진행됐다. 국내 최초로 EPP·EPS 전문기업을 설립해 성형 및 발포 설비를 국산화·고도화하는 데 기여한 문광식 다보정밀 대표이사가 산업포장을 받았다. 건설기계 해외 수입부품을 국산화하고 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을 지원한 이용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전무는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친환경 굴착기·지게차 개발로 건설기계 산업 발전에 기여한 정대승 볼보그룹코리아 부사장과 황종현 현대건설기계 상무에게는 국무총리 표창이 수여됐다.
이번 전시회는 아시아콘크리트엑스포(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연합회), 도로교통박람회(도로협회), 경기도교통안전박람회 등 건설 인프라 분야의 3개 전시회와 함께 공동 개최됐다. 사전 등록 시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무료 주차 지원, 부대행사 일정, 참가업체 리스트 등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