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경유) 차량의 필수품인 요소수의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중국산 원료 수입 비중이 97%에 달하는 국내 요소수 시장이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정부는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 요소를 확보하고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로 전환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모두 임시방편에 불과한 상황이다.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자원을 전수 조사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004000)은 내년 1월부터 러시아에서 요소를 공급받기로 했다. 다만 과거 중국에서 들어와야 할 물량에 비하면 10% 수준에 불과해 롯데정밀화학은 추가 공급처를 찾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러시아산 요소를 이용하는 유럽도 요즘 요소수 대란에 시달리고 있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마저도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중에 겨우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진 4일 오전 경기도 부천시 한 요소수 제조업체 외벽에 '요소수 판매가 무기한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걸려 있다. 이 업체는 요소수 제조 원료를 들여올 수 없어 요소수를 더는 판매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요소수는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액체로, 석탄이나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요소를 수입해 증류수를 섞어 만든다. 2015년 유럽의 최신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6′가 국내에 도입되면서 디젤차의 필수품이 됐다. 국내 요소수 기업들이 사용하는 요소는 97%가 중국산인데, 최근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자국 요소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달부터 요소 수출을 금지했다. 이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요소수 시장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당장 요소 공급이 해결되지 않으면 이르면 이달부터 산업계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 현재 운행되는 디젤 화물차 330만대 중 60%인 200만대 정도는 요소수를 반드시 넣어야 운행이 가능하다. 이들 차량이 멈추면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또 요소수는 정유·철강업계의 산업 설비나 폐기물 소각장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도 쓰여 요소수가 부족하면 겨울철에 미세먼지가 증가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정밀화학 정도가 11월 말까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기업들은 그 전에 재고를 대부분 소진할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12월엔 전국 산업 현장이 멈춰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업계는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중국 정부에 협조 요청을 보내는 한편 러시아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입처 다변화의 경우 롯데정밀화학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에서 들여오던 물량에 비하면 크게 부족한데다, 주문에 최소 2~3개월이 걸려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다. 차량용 요소는 배출가스를 저감해주는 선택적 촉매환원장치(SCR)에 사용되는데, 불량 요소수를 주입할 경우 고가의 SCR 장비가 고장날 수 있어 불순물이 적은 요소수를 활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는 불순물이 많아 차량용 요소 수준으로 품질을 맞추기 쉽지 않다”며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 요소로 바꾸는 작업을 해본 경험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 역시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현재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요소 부족 장기화에 대비해 한국이 직접 요소 생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역시 경제성이 떨어진다. 국내에서도 과거 요소를 직접 제조하는 기업이 있었지만 점차 사라졌고, 마지막 요소 공장은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2011년에 문을 닫았다. 업계 관계자는 “요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석탄이나 천연가스가 나는 국가에서 직접 만드는 회사들을 가격에서 이길 수 없다”며 “현재로서는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을 풀어주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한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자원에 대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년 전 폭설이 내렸을 때도 100% 중국에서 수입하는 염화칼슘이 부족해 혼란이 있었고, 불과 2년전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큰 위기를 겪었다”며 “지금부터라도 한 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자원을 집중 점검하고, 경제성이 낮은 분야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일정 수준의 생산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