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광고업체들이 3분기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미국 광고업계가 타격을 받으면서 향후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국내 1위 업체인 제일기획(030000)은 올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853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702억원으로 전년보다 18% 늘었다. 2위 업체인 현대차(005380) 계열 이노션(214320)은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는 이노션이 매출 3277억원, 영업이익 356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0%, 31.9% 증가한 수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헌팅턴비치에 있는 현대차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 월드와이드 미국법인. /이노션 제공

광고업계의 실적이 좋은 이유는 해외 마케팅 확대와 캡티브(Captive·계열사 내부시장) 광고주의 신제품 출시 때문이다. 제일기획의 이번 분기 실적 가운데 디지털 비중은 50%를 기록했다. 온라인 신제품 론칭과 이커머스 등 디지털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결과다. 특히 해외에서의 실적 상승이 돋보였다. 해외 사업 비중은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매출의 74%를 달성했다.

이노션 역시 현대차와 기아(000270)의 신차 출시 효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마케팅 활동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에선 경형 SUV 캐스퍼와 함께 제네시스 시리즈가 연이어 출시됐으며, 기아에서도 전기차 EV6, K5·K9, 스포티지 등 신차 출시가 이어졌다. 이남수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올해 실적의 절반을 담당했던 미주의 실적 개선은 연말 아이오닉5, 내년 EV6 효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광고시장이 3분기 들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연말 휴일이 낀 4분기는 전통적으로 업계 성수기로 꼽힌다. 핼러윈·크리스마스 등 연중 최대 쇼핑시즌이 있어 소매업체를 비롯한 브랜드들이 앞다퉈 광고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물류 대란이라는 장애물이 등장했다. 기업들이 제품 수급에 난항을 겪자 광고·홍보비 지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기업들은 공급망 붕괴와 그로 인한 병목 현상, 그리고 인력난까지 겹쳐 제품 생산 및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매장 재고가 바닥나는 일이 잦아졌고,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허탕을 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페드로의 로스앤젤레스(LA)항에 화물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들어찬 가운데 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물류 대란 여파로 광고 등 마케팅 지출을 줄이고 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허쉬와 화장지 등을 생산하는 킴벌리클락, 암앤해머 브랜드로 유명한 처치앤드와이트 등 소비재 기업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최근 공급망 문제로 3분기 광고와 마케팅 지출을 줄였다. 제품을 비축해놓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없는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판촉행사를 벌이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국내 광고업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광고업계의 양대산맥인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과 스냅은 물류 대란으로 인해 오는 4분기 수익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최근 애플의 강화된 사생활 보호 정책에 따라 소비자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기 어려워진 점도 광고 매출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최근 광고시장이 소비자 수요 회복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대란이라는 암초를 만났다”면서 “생활용품, 가전제품, 자동차 등 수많은 분야에서 심각한 제품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지면, 광고가 일시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