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취소·연기됐던 글로벌 방산전시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국내 주요 방위산업체들이 바빠진 모습이다. 방산전시회는 방산업체의 주요 수출 통로다.
28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000880)그룹, 현대로템(064350),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등 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은 이날부터 31일까지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열리는 국제방산전시회 ‘SITDEF 2021′에 참가할 예정이다. SITDEF는 페루 국방부 주관으로 격년으로 열리는 방산전시회로, 중남미 서안 방산전시회 중 최대 규모다. 육·해·공군과 경찰·소방 분야를 아우르는 이번 SITDEF 2021에는 27개국 192개 기업이 참가하고, 전 세계 6만여명이 방문할 예정이다. 당초 지난 5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5개월 연기됐다.
지난 2012년 독자 개발한 기본 훈련기 ‘KT-1′을 페루에 수출했던 KAI는 이번 전시회에서 추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페루가 최근 항공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과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내세웠다. 한화그룹 방산계열사 한화디펜스는 주력 상품인 K9 자주포를 비롯해 수출형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TIGON), 120㎜ 자주박격포 3종을 선보였다. 현대로템도 보병전투용 차륜형 장갑차(K808)를 전시했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최근 글로벌 방산전시회에서 이른바 ‘K-방산’의 입지가 이전과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무기 원조를 받던 한국이 이제는 잠수함과 비행기 등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렸던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ADEX 2021)에서는 닷새간 23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수주 상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는 ADEX 역대 최대 성과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잇달아 재개되는 글로벌 방산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력 제품과 기술 역량을 알리고 있다. 전시회는 방산업계의 대표적인 ‘수출 통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이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으로 열리거나 규모가 축소됐다가, 올해 들어 하나 둘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같은 달 11일~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던 지상군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육군전시회(AUSA 2021)에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지역에서 유일하게 국가관을 구성해 참가했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 개량형 K9A1 실물과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Redback)을 선보였고, 미주가 주력 시장인 풍산(103140)은 별도 전시관을 마련해 대공포탄, 박격포탄 등 다양한 탄약을 내세웠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2년 만에 개최된 AUSA는 80여개국에서 650개 방산업체가 참여했고, 사흘 동안 3만3000명 이상이 찾았다.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DSEI 2021에는 한화디펜스가 유일하게 참가해 홍보에 나섰다. 한화디펜스의 K9자주포는 오는 2022년에 시작되는 영국 육군의 MFP(Mobile Fire Platform) 자주포 획득사업에 제안될 예정인데, 이번 전시회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는 평이 나왔다. MFP사업은 영국 포병용 차세대 자주포 116문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영국 국방부와 국제 무역부가 주관하는 국제 방산장비 박람회 DSEI 2021엔 30여개국 760개 방산업체가 참가했다.
이외에도 지난 8월에는 풍산 등 9개 기업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터키 최대 규모 육·해·공 무기체계 및 대테러장비 방산전시회 ‘IDEF 2021′에 참가했다. 한국방위산업진흥회(방진회)에 따르면 이번 IDEF에서 풍산이 터키 주요 방산기업인 BMC와 8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세주엔지니어링은 MKEK(터키 국영 기계화학공업)와 40㎜ 자폭신관 기술이전을 추진했다. 아울러 올 2월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IDEX 2021′에도 LIG넥스원(079550)·한화 방산계열 3사 등이 대거 참여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달 한국에서 열린 ADEX에 역대 최대 규모인 28개국 440개 업체가 참여하고 12만명이 방문하는 등 ‘K-방산’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최근엔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 등으로 고도화된 무기 개발의 길이 열리면서 국내외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