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 경동나비엔(009450)이 이달 지주사인 경동원의 플라스틱 사업 부문을 자회사로 편입한다. 2019년 경동원의 보일러 콘트롤러 사업 부문을 편입한 지 2년 만에 다시 한번 모회사의 알짜 사업을 가져오는 셈이다. 경동나비엔과 경동원은 각자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랫동안 지적돼 왔던 내부 거래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의 모회사인 경동원은 플라스틱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경동폴리움이란 이름의 신설 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이후 경동나비엔이 발행하는 신주와 경동폴리움의 주식을 오는 22일 교환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경동폴리움은 경동나비엔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가 된다.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손연호 회장→경동원→경동나비엔→경동폴리움으로 이어지는 지배 구조가 완성된다.

손연호 경동나비엔 회장 및 대표이사. /연합뉴스

경동나비엔이 경동폴리움을 자회사로 인수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경동나비엔의 보일러와 온수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경동폴리움은 보일러와 온수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수배관을 생산하고 있다. 보일러에 들어가는 수배관의 경우, 국가나 지역별로 수압이 제각각인 탓에 수배관의 안정적인 품질 확보는 보일러 제품의 경쟁력과 연결된다. 경동나비엔이 경동폴리움을 자회사로 둘 경우 핵심 원재료나 중간제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 보일러 품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플라스틱 사업 부문을 떼어 낸 경동원은 산업재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경동원은 최근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의 단점을 보완한 준불연 단열재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공토양 ‘파라소’도 경동원의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경동폴리움이 분리돼 나가면서 경동원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오히려 경쟁력 있는 사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매출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동원이 플라스틱 사업부를 경동나비엔에 옮김으로써 체질 개선 효과도 나타날 전망이다. 경동나비엔은 그동안 경동원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수년간 지적을 받아왔다. 경동원은 손연호 회장과 친족 및 특수관계법인이 94.4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한때 경동나비엔의 매출 비중이 60%를 넘기도 했다. 가장 많은 내부 거래 금액이 발생한 2017년의 경우, 경동나비엔은 경동원과 1688억원을 거래했다. 당시 경동원의 연간 매출액은 2611억원이었다.

경동나비엔 서울 여의도 본사 전경. /경동나비엔 제공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의 내부 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경동원이 지주회사의 역할을 하면서도 경동나비엔과 연계된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경동원은 보일러의 수배관뿐 아니라 보일러 제어장치인 컨트롤러 사업도 영위해왔다. 경동나비엔이 보일러를 판매하면 관련 부품과 제어 설비를 경동원이 납품하는 구조다.

경동원은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경동나비엔과 연계된 사업들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2019년 경동원은 컨트롤러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경동전자’라는 이름의 법인을 세우고 경동나비엔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경동전자는 지난해 11월 경동나비엔에 흡수합병됐다.

자연스레 경동원과 경동나비엔의 내부 거래 규모도 줄고 있다. 내부 거래 규모는 2018년 1688억원을 정점으로 찍은 뒤 2019년 950억원, 2020년엔 877억원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매출에서 내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63.6%에서 47.7%로 떨어졌다. 지난 10년간 내부거래 비중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이 처음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컨트롤러 사업에 이어 플라스틱 사업까지 경동나비엔이 가져가면서 경동원과의 내부 거래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내부 거래 축소에 따라 증여세가 줄어드는 효과도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