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로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1차 발사일이 오는 21일로 확정되면서 사업에 참여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한국항공우주(047810)(KAI) 등 방산업체의 우주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누리호 개발에 따른 경제유발 효과가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발사 예정인 누리호는 3만여개의 부품 개발 과정에 국내 300여개의 기업들이 참여했다. 누리호는 2010년부터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2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해 만들어졌다. 모든 기술을 국내 업체와 기관들이 자체 개발했다.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대표 방산기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에 사용되는 총 6기의 엔진을 납품했다. 누리호는 길이 47.2m, 무게 200톤의 3단형 우주발사체로 설계됐다. 1단 로켓은 75톤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톤급 추력을 내고, 2단은 75톤급 액체엔진 1기, 3단은 7톤급 액체엔진 1기가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에서 7번째로 75톤급 엔진 개발·생산에 성공했다. 각 로켓의 비행제어 및 자세제어시스템과 엔진 공급계 밸브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인증모델(QM)이 제2발사대 장착을 위해 기립되고 있다. 기립하는 모습을 다중으로 촬영한 모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000880)그룹은 지난 3월 그룹 내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했다. 스페이스 허브는 그룹 내 주요 항공우주 계열사인 한화시스템(272210)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쎄트렉아이(099320) 등이 참여하고 김동관 한화솔루션(009830) 사장이 팀장을 맡아 주도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기존의 통신·레이다 기술과 연계성이 높은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 사업부문에 진출해 저궤도 위성 안테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최근엔 ‘우주인터넷’ 기업 원웹(OneWeb)에 3억달러(약 3527억원)를 투자해 이사회에 합류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이익이 발생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우주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KAI는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했다.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탱크제작도 담당했다. KAI는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해 조립설계, 공정설계, 조립용 치공구 제작 등을 담당하며 사실상 사업을 주도했다. KAI는 지난 2월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항공우주체계 종합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무인항공기와 위성, 우주발사체 등에서 매출 3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누리호 발사가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진입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주산업 선진국들은 이미 정부가 개발 사업을 제시하고 기업이 따라오던 ‘올드 스페이스‘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돌입했다.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를 비롯해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럭틱 등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제한한 한·미 미사일 지침이 종료되면서 우주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 여건도 마련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당장 우주개발 사업에 뛰어들진 못하더라도 이와 관련된 부품 및 기술 산업에선 경쟁력이 있다며 “이번 사업에 참여한 업체들이 대부분 누리호 발사 성공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