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쇼핑 시즌을 앞두고 해상 운송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물류업체 대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불거진 ‘해운 대란’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수출기업들이 납기를 맞추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제조업체는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쇼핑시즌을 앞두고 물류 공급망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페드로 만. /롱비치항만청 제공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70척 안팎의 컨테이너선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페드로(San Pedro)만 앞에 떠 있다. 미국 수입물량의 40% 이상을 처리하는 로스앤젤레스(LA)항·롱비치(LB)항에 들어가길 기다리는 선박둘이다. 컨테이너선이 선석에 들어가기까지 대기하는 시간은 평균 11일이다. 화물 트럭과 인력 부족으로 하역을 마친 화물이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추가로 5일가량 더 기다려야 한다.

이는 중국의 국경절 연휴(10월 1일~7일)를 앞두고 물건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물동량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항만 적체로 중국에서 미국까지 컨테이너선이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83%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해운컨설팅업체 드류리(Drewry)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에서 미국 LA 노선까지 40피트 컨테이너(FEU) 하나를 옮기려면 1만2172달러가 든다. 코로나 사태 전과 비교해 6배 수준이다.

공급망이 꼬이면서 국내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부터 일부 매장에서 감자튀김 대신 치킨너겟이나 치즈스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은 TV나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을 현지 생산시설에서 만들며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공장 운영은 차질이 없지만 미국의 육상 운송 상황도 문제가 있어 재고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애플은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3 프로’ 배송에 최대 4주가량 걸릴 것으로 안내했다.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는 키친타월과 생수 등 일부 품목의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다. 나이키는 아시아 공장에서 북미 지역까지 컨테이너를 옮기는데 80일가량이 걸려 쇼핑시즌에 운동화 판매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화주들이 직접 선박을 운용하기도 한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와 인테리어 자재 유통회사인 홈디포는 지난 7월부터 컨테이너선을 빌려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 가구회사 이케아도 지난달부터 용선한 컨테이너선으로 물건을 나르고 있다. 하지만 꼬인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화력발전소에서 트럭이 석탄을 운송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철광석과 석탄 등을 옮기는 건화물선(벌크선) 시장도 마찬가지다. 항만 적체로 선복이 부족해지면서 운임이 치솟았다. 전 세계 벌크선 운임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전날 기준 5167을 기록했다. 13년만에 최고치다. 3분기 시작(7월 1일) 때 3338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4.8%(1829포인트) 상승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08년 슈퍼 사이클 이후에 다시 BDI가 5000선을 넘는 것을 볼 수 있을지 몰랐다”며 “그만큼 물류 공급망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국의 전력난도 해상 물류 상황과 맞물려 있다. 중국은 수입 연료탄의 절반 이상을 호주에서 들여왔는데 무역 분쟁과 함께 수입이 중단됐다. 남아공과 콜롬비아 등으로 수입처를 바꿨지만 운송 거리가 길어졌고, 그만큼 해상 운송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연료탄 가격은 연초보다 2배가량 폭등했고 화력발전이 정상 가동되지 못해 공장 운영까지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다. 중국 장쑤(江苏)성의 포스코(POSCO) 스테인리스 공장은 지난달 17일부터 일부 공정을 멈췄고, 이날부터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랴오닝(遼寧)성의 오리온(271560) 공장도 전날까지 사흘간 가동을 중지했다.

항만 적체에 따른 수출기업의 어려움은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보통 연말까지 물동량이 증가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부산항의 평균 수출 물량(환적화물 포함)을 분석해보면 9월은 평균 85만2906TEU다. 10월은 88만4608TEU, 11월은 91만3792TEU, 12월은 89만1109TEU로 모두 9월보다 수출 물량이 많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1년 4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은 ‘4분기 수출 애로요인’으로 물류비용 상승(24.3%)과 원재료 가격 상승(24.3%)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도 100을 상회하면서 수출 회복세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해상운임의 지속적인 상승과 선복 확보의 어려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은 우리 수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