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지구 개발사업 논란과 관련해 SK(034730)그룹 계열사 및 관계자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SK증권은 대장지구 개발 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 실소유주와 그의 지인들이 투자 통로로 이용했고, SK그룹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도 이 사업에 수천억원을 대출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화천대유에 투자했다. SK그룹은 대장동 사업과 연관된 것이 없다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 최태원 동생 최기원, 화천대유 초기자금의 원출처
SK그룹이 화천대유 의혹에 등장하게 된 계기는 최 이사장이 이번 사업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최 이사장은 2015년 킨앤파트너스에 400억원을 빌려주고 연 10%의 이자를 받는 금전소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에도 226억원을 추가로 빌려줬다.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에 초기 자금 300억원가량을 댄 투자자문사다. 킨앤파트너스가 최 이사장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화천대유에 투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킨앤파트너스는 SK행복나눔재단에서 본부장을 지냈던 박중수 전 대표가 설립한 곳이다. 최 이사장 측은 박 전 대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거액의 투자를 결정했고,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 투자한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투자 경위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또 화천대유 측 인사를 알거나 만난 적은 없다고 밝혔다. 호텔·커피 등 다른 사업에서 킨앤파트너스가 실패하면서 최 이사장은 이자는 물론 원금도 아직 받지 못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킨앤파트너스의 2016년 감사보고서를 보면, 최 이사장은 ‘개인3′이라는 익명으로 투자했다. 킨앤파트너스는 최 이사장에게 화천대유의 자회사인 천화동인4호의 대장동 개발 투자 수익권에 질권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담보를 제공했는데, 이곳의 이사는 화천대유 지분 100%를 가진 김만배씨와 함께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불리는 남욱 변호사였다. 화천대유 관련 사업과 인사들을 최 이사장이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또 킨앤파트너스 사무실은 2018년 서울 논현동에서 성수동 우란문화재단 건물로 이전했는데, 이 건물의 주인 역시 최 이사장이다. 우란문화재단은 고(故) 최종현 SK 회장의 부인이자 워커힐 미술관 설립자인 우란(友蘭) 박계희 여사의 유지를 이어받아 설립된 곳이다. 현재 박 전 대표는 킨앤파트너스를 떠났고, 최 이사장의 지인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SK행복나눔재단 출신 인사들로 알려졌다.
◇ 투자 통로 된 SK증권… 하나은행은 SK그룹 주채권은행
SK그룹 관계사들도 화천대유 사건과 얽혀있다. SK증권은 대장동 사업 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이 2015년 7월 설립될 때 3억원을 출자했다. 전체 납입자본금 50억원 중 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SK증권은 보통주 6%를 받았는데, 실제로는 SK증권 법인이 아닌 개인투자자 7명으로 구성된 ‘특정금전신탁’이다. 보통주 6%를 소유한 이는 SK증권이 아니라 SK증권에 성남의뜰에 투자해달라며 돈을 맡긴 투자자들이다. 이들은 김만배씨와 그가 모집한 개인 투자자 6명으로 2018년부터 최근 3년간 3463억원을 배당받았다.
SK증권이 성남의뜰에 출자했던 2015년은 SK그룹 소속이었던 때다. SK㈜는 SK증권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였는데, 비금융 지주사는 금융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2018년 3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W파트너스에 지분 전체를 매각했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의 민간 최대 주주(지분 14%)가 하나은행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은 2018년 한 해에만 화천대유에 프로젝트파이낸싱 목적으로 2250억원을 빌려줬다. 하나은행은 SK그룹의 주채무계열 은행이다. 지난 2002년 외국계 펀드 소버린 자산운용이 SK그룹 경영권을 공격했을 때 하나은행은 최 회장의 우호주주로 등장하며 경영권 방어에 적잖은 역할을 하기도 했다. SK텔레콤(017670)은 하나카드 지분 15%에 투자하는 등 여전히 돈독한 신뢰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SK그룹의 주채무계열 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성남의뜰 금융주관사로 참여한 것 뿐, SK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장지구에 ‘판교 SK뷰 테라스’를 분양한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는 화천대유 덕분에 규제를 피하고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지구의 경우 토지수용권을 발동해 만든 공공택지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사업자인 성남의뜰이 민간 회사라 2018년 말 일반아파트 분양 당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었다. 2019년 8월 이후 민간택지까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지만 판교 SK뷰 테라스는 300가구 미만 도시형 생활주택을 선택해 또다시 규제를 피했다.
이 단지는 지난달 16일 292세대에 대한 청약 결과 9만2491명이 몰려 평균 316.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공사 시행만 맡아 분양 성공에 따른 수익이 아닌 공사비만 받아가는 데다, 다른 건설사도 대장지구 아파트 건설에 참여한만큼 화천대유와 연관짓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 연루설에 선 긋는 SK… SNS서 허위사실 유포한 변호사 고발
SK그룹은 화천대유와 연관이 없으며, 최 회장 역시 동생의 투자 내역 등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 게시글과 유튜브 방송 등을 통해 SK그룹과 최 회장 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전모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전 변호사는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화천대유 사건이 SK 관련자들이 연루된 ‘SK게이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또 화천대유의 실소유자는 최 회장일 것이라는 주장도 지속 제기했다.
SK그룹은 지난달 30일 같은 이유로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 TV’ 관계자들을 추가로 고발했다. SK그룹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SNS) 환경에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유포하는 경우에는 기업과 기업인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향후에도 근거없는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