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9일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상황은 여전히 완화적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향후에도 거시경제와 금융상황을 균형적으로 살펴 추가인상 시점과 속도를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한 만큼 연내 인상론도 힘을 받을 전망이다.
서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 전망과 통화정책 과제’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해 “실물경제와 물가 상황의 회복세, 금융불균형 개선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소득 및 자산 불균형의 진전 상황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달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금융 불균형이 나타나자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서 위원은 현 경제상황에 대해 “국내경기는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민간소비 회복 지연, 수출 불확실성 증대, 고용 불완전 회복 등이 하방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에도 가계부채 증가와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 대해선 “자금조달 금리가 여전히 낮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으로 추정한 실질 장기금리(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제외한 수치)가 여전히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기업이 체감하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인만큼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꺾어 금융불균형 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도 했다. 서 위원은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한국의 금융불균형 정도가 심하다”며 “소폭의 금리인상으로 금융불균형을 되돌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통화정책 기조 변화라는 신호 효과가 가계·기업의 위험추구 행위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지 못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이 더 크다고도 강조했다. 서 위원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며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높은 2030세대가 부채증가는 향후 소비기반을 잠식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인상으로 가계·기업 이자상환 부담이 늘겠지만 코로나19 위기 이전에 비해 여전히 낮다”고 덧붙였다.
서 위원은 정책 결정 고려 사안으로 소득불균형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 이후 재분배정책 등의 영향으로 ‘소득불평등’ 지표는 하락했으나 자산가격 급등으로 인해 ‘자산불평등’ 지표는 상승했다”며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조정하게 되면 경제의 불균등 성장을 시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