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그룹이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최근 미국법인 고문으로 영입했다. 글로벌 투자를 앞두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28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스코 아메리카는 지난 8월 비건 전 부장관이 소속된 컨설팅회사와 1년간의 자문계약을 맺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최정우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그룹의 모든 임원이 참석하는 연례 행사인 포스코포럼에 참석해 상견례도 마쳤다. 그는 포스코포럼 기조 강연과 패널토론 등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의 정책 변화가 세계 경제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 /연합뉴스

포스코그룹이 비건 전 부장관을 영입한 것은 글로벌 투자 확대와 맞물려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미국과 유럽 등에 양극재 공급망을 갖춰 생산량을 2030년까지 40만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포스코는 2030년까지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조강(쇳물) 생산능력 6000만톤 체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북미 등에 전기로 사업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비건 전 부장관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 포드에서 오랜 기간 임원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조예가 깊고 풍부한 네트워킹 자산으로 현지 정책 트렌드 파악이 빠르다”라고 말했다. 이어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소재 사업 확장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신규 투자를 검토하고 있어 다각도에서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미국 미시간대에서 러시아어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10여년간 포드 국제대관업무담당 부회장으로 활동한 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맡아 부장관까지 올랐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협상대표로도 활동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서울 종로구 ‘닭한마리’ 식당의 단골로도 유명하다. 한국에 올 때마다 닭한마리 식당을 찾았고, 조리법을 구해 미국 자택에서도 직접 요리해 먹기도 했다. 그가 부장관으로 지난해 12월 마지막 방한했을 때도 외교부는 닭한마리 식당에서 고별 만찬을 열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당시 “이번이 마지막 서울 방문이 아닐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