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가 친환경 포장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전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인데, 친환경 포장재는 기존 전공을 살리면서도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수익성까지 기대할 수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지오센트릭(옛 SK종합화학)은 글로벌 제지 기업인 APP그룹과 친환경 종이 포장재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SK지오센트릭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기능성 코팅 소재를 종이 소재와 결합해 친환경 포장재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종이 자체가 보유한 재활용성은 유지하면서도 포장재에 필요한 수분 차단, 접착성 등의 기능을 보완해 종이 소재가 가진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기존 플라스틱 소재가 적용된 종이 포장재는 플라스틱과 종이의 분리가 어려워 재활용이 힘들었지만, SK지오센트릭의 고기능 친환경 소재를 종이 포장재에 적용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과 APP그룹은 향후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성 소재를 적용한 고기능 종이를 개발하는 등 친환경 종이소재 관련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업계 최초로 와인 포장재를 종이로 바꿨다. 기존 와인 포장재는 플라스틱 소재가 주로 쓰였다./현대백화점 제공

롯데케미칼(011170)은 SPC그룹의 포장재 생산 계열사 SPC팩과 바이오 페트 포장 용기를 개발 중이다. 이 용기는 사탕수수를 원료로 활용해 제조·운송·소각 과정에서 기존 석유계 페트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8% 줄일 수 있다. 100% 재활용도 가능하다. 두 회사는 다양한 음료 컵과 샐러드 용기 등에 바이오 페트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솔루션(009830)도 포장필름 제조기업 디아이텍과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포장재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위생용품 전문기업 미래생활이 생산하는 ‘잘풀리는집’ 화장지에 활용된다.

석유화학업계가 친환경 포장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석유화학업계는 연간 약 7100만톤(t)의 탄소를 배출해 국내 제조업 중 철강(1억1700만t)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포장재의 경우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원료, 또는 (사탕수수 등) 바이오 원료를 활용하는 만큼 기존 제품보다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기존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포장재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점점 늘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소비자가 본 ESG와 친환경 소비 행동’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9명 이상이 향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구매 의향이 가장 높은 친환경 제품은 생분해 비닐이나 종이 포장재 등 ‘폐기물이 자연 분해되는 제품’(52.0%)이었다. 소비자들의 54.3%는 10% 이내의 추가 비용을 내고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포장재 업계는 재활용 소재나 종이 소재가 기존 플라스틱을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네슬레, 코카콜라, 앱솔루트 등 식음료·주류 업계는 초콜릿 포장재, 페트병, 주류병 등의 플라스틱, 유리 등 소재를 종이로 대체한 시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올해 추석 선물세트에서 쇼핑백 소재를 부직포에서 종이로 바꾸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높여 지난해 대비 총 467t의 플라스틱을 줄였다. 현대백화점(069960)은 가죽, 천, 폴리프로필렌(PP) 소재였던 와인 포장재를 종이 소재로 바꾸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포장재를 찾는 소비자와 유통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석유화학업계의 관련 소재 개발과 생산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