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계가 수소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정하고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주 정의선 현대차(005380) 그룹 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등이 이끄는 ‘한국판 수소위원회’가 출범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8일 현대차·SK 등 국내 주요 그룹이 참여하는 수소기업협의체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H2비즈니스서밋’을 열고 공식 출범한다. 수소기업협의체는 탄소중립 달성과 수소사회 구현을 목표로 국내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밋에는 각 그룹 오너 및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기업협의체에는 초기멤버인 현대차·SK·포스코(POSCO)·효성(004800) 4개 그룹과 롯데·한화(000880)·GS(078930)·현대중공업·두산(000150)·코오롱(002020) 등 10대 대기업이 참여한다. 이들 10개 기업은 순번에 따라 돌아가며 회의체를 대표하는 간사 역할을 한다. 아울러 수소 관련 사업을 하는 관련 기업 20여곳도 회원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정의선(왼쪽부터)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를 방문, 현대차 수소전기트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수소 관련 사업에 한창이다. 현대차그룹은 협의체 출범 전날인 7일 온라인으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를 열고 23년간 축적한 핵심 수소 기술과 미래 수소 사업 전략, 미래 수소모빌리티와 차세대 연료전지 시스템 등 그룹의 수소 관련 역량을 총망라해 선보일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수소는 탄소 중립 시대의 에너지 화폐”라며 관련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SK그룹도 지난해 말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5년간 18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12월 수소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포스코그룹 역시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t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공법 연구, 수소를 생산·운송·저장·활용하는 데 필요한 강재 개발, 부생수소 생산설비 증대 등을 통해 수소 생산 역량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효성그룹은 수소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한화그룹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들 5개 그룹사가 2030년까지 수소 경제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43조원 규모에 달한다.

롯데그룹 소속 롯데케미칼(011170) 역시 수소 사업에 2030년까지 약 4조4000억 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60만톤(t)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2025년까지 액체 수소충전소 50개를 구축하기로 했다. 점진적으로 2030년에는 복합충전소를 20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수소 인프라 확대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을 개정해 국·공유지 내 수소충전소 구축 시 임대료 감면 한도를 50%에서 80%로 늘리고 개발제한구역 내 수소충전소 이외의 수소생산시설, 출하 설비 등 다양한 수소 인프라 설치도 허용했다. 그린수소 인증제와 액화 수소·액화 충전소 보급 계획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수소경제로드맵 2.0’도 연내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