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의 설비용량과 생산 전력량이 일제히 감소했다. 새로 가동을 시작한 원전보다 폐쇄된 원전이 더 많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체적인 전력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다만 원자력 발전소 52기가 새로 지어지고 있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5일 세계원자력협회(WNA)가 발간한 '2021 세계 원자력 성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전년(약 400GWe)보다 소폭 감소한 392GWe(기가와트)를 기록했다. 이 중에서 실제 전력을 생산한 발전설비 용량은 369GWe였다. 보통 원전 1기의 발전용량이 1GWe다.
전 세계에서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은 전년보다 104TWh(테라와트시) 적은 2553TWh로 추산됐다. 이는 2018년(2562TWh)과 비슷한 수준이자 8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원전 발전량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7년 연속 늘어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에서 가동 가능한 원전은 총 441기로 전년보다 1기 줄었다. 아시아 3기, 동유럽·러시아 2기 등 5기의 원전이 새로 추가된 반면 동유럽·러시아(러시아) 1기, 북미(미국) 2기, 서·중유럽(프랑스, 스웨덴) 3기 등 총 6기의 원전이 영구폐쇄됐다. 프랑스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 미국은 시장 상황을 각각 이유로 원전을 폐쇄했다. 러시아는 신규 원전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후화된 원전 가동을 멈췄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은 총 52기로 전년보다 1기 적다. 건설 중인 원전을 지역별로 보면 한국의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해 아시아가 36기로 가장 많고 동유럽·러시아 6기, 서·중유럽 6기, 북미 2기, 남미 2기 순이다.
특히 새로 짓는 원전 52기 중 18기는 중국에 건설된다. 중국은 세계 원전 발전설비의 약 12%에 해당하는 51기를 운영 중이다. 중국의 원전 발전량은 2000년 16TWh에서 지난해 345TWh로 지난 20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2035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200GWe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중단한 일본은 2016년 말 3기에 불과했던 가동 원전이 지난해 10기로 늘었고 2기를 새로 짓고 있다. 일본은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7.5%에서 2030년까지 20∼22%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 수준인 30%에 조금 못 미친다.
미국은 세계 원전 설비용량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93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기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또한 6억달러(약 7000억원)를 투입해 소형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에 나섰다.
보고서는 한국 원전 산업에 대해 "국외에서 지속해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고 소개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해양용 SMR 기술 개발(한국전력기술-대우조선해양), 원자력 추진선 개발(원자력연구원-삼성중공업), 미국 SMR 업체 뉴스케일(Nuscale) 투자(두산중공업·삼성물산)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