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사용하는 해외 선박 비중이 최근 10년간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해운·조선업계가 LNG 관련 사업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고객인 가스공사가 국내 선박 수송을 줄일 경우 일자리·일감 감소가 우려된다.

27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LNG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FOB(Free on Board·본선인도)’ 비중은 59.9%에서 50.3%로 10%포인트(p)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FOB는 수입국이 수송사를 지정하는 계약이다. LNG를 해외에서 수입할 때 가스공사가 운송책임을 맡는 대신 선박 발주 및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FOB로 계약할 경우 국내 조선소에 LNG 수송선을 발주하고, 국내 선사가 소유하며, 국내 선원이 탑승하게 된다.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모습. /한국조선해양 제공

가스공사의 FOB 비중이 줄어든 만큼 같은 기간 DES(Delivered Ex Ship·착선인도) 비중은 40%에서 49.7%로 늘어났다. DES는 FOB의 반대개념으로 수출국이 수송사를 지정한다. DES 계약을 체결할 경우 일반적으로 LNG 수출국은 자국의 선박으로 선택한다.

해운·조선업계에선 가스공사가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FOB 비중을 줄였다고 주장한다. FOB보다 DES가 톤당 도입단가가 3.3%가량 저렴한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같은 공기업인 한국전력(015760)의 5개 발전 자회사는 전체 수송량의 95%를 FOB 방식으로 운송하는데, 가스공사는 FOB 비중을 꾸준히 줄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비용절감이 목적이 아니라 LNG를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과거 구매자 중심의 시장에서 판매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수출국들도 자국 선박을 이용하는 DES를 요구한다”라며 “더 많은 LNG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수출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가스공사의 FOB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국적외항선사 한국인 선원 8145명 가운데 1100여명(13.5%)이 LNG 수송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24년 기존 FOB 방식으로 계약된 선박 28척 가운데 14척의 계약이 종료된다. SK해운 5척, 현대LNG 4척, 에이치라인해운 3척, 대한해운 2척 등이다. 매년 계약을 갱신하는 선박도 4척이 있다. 이 선박들이 DES 계약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 그만큼 국내 선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국내 조선업계의 대표 고부가가치선인 LNG 수송선의 발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FOB는 국적 선사가 국내 조선소에 발주를 하지만, DES는 발주자가 외국적 선사여서 일부 물량을 자국에 배정한 뒤 나머지 물량을 국제입찰로 선정한다. 그만큼 국내 조선소는 외국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마진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르면 연내 카타르와 러시아에서 대형 LNG 프로젝트가 시작될 전망인 만큼, 자원 확보와 일자리·일감 사이의 균형을 맞춰나가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NG 수송 계약은 국가간의 장기 계약인 만큼 한번 추세가 바뀌면 되돌리기 어렵다”면서 “국내 업체들의일자리와 일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가스공사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FOB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