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지속가능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전 사업 영역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폐플라스틱 자원의 선순환을 위해 친환경 플라스틱 개발부터 사용 후 수거,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했고, 국내외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도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화학 업계 최초로 발표한 ‘2050년 탄소중립 성장’ 목표를 차질없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 세계 최초 ‘하얀색 재활용 ABS’ 개발해 친환경 포장재 혁신

LG화학은 친환경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 등 폐플라스틱 자원의 선순환을 위한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사용 후 재활용(Post-Consumer Recycled) 화이트 고부가합성수지(ABS) 상업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이는 가전제품에 많이 쓰이는 ABS를 재활용한 것인데, 하얀색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것은 LG화학이 최초다. 이전까지 ABS는 재활용하면 강도가 약해지고 색이 바래지는데다, 검은색과 회색으로만 만들 수 있었다.

LG화학은 재활용 폴리카보네이트(PCR PC) 함량이 60%에 달하는 고품질 친환경 플라스틱도 개발해 글로벌 IT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PC는 자동차 내외장재와 가전, 생활용품 등을 만들 때 활용된다. LG화학은 향후 PCR PC 원료 함량을 최대 85%까지 높이고, 제품군도 ABS와 폴리올레핀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LG화학 미래기술연구센터 연구원들이 신규 개발한 생분해성 신소재의 물성을 테스트하고 있다./LG화학 제공

썩는 플라스틱인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도 성공했다. LG화학의 신소재는 옥수수 성분의 포도당 등을 활용한 바이오 100%의 생분해성 소재로, 폴리프로필렌(PP) 등 합성수지와 같은 물성과 투명성을 구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일 소재다. 기존 생분해성 소재 대비 유연성이 최대 20배 이상 개선돼 가공 후에도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존 생분해성 수지의 경우 혼합 소재 특성상 불투명한 포장재 제품 등으로 활용돼 온 만큼 친환경 포장재 업계에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LG화학은 오는 2024년까지 생분해성 고분자 플라스틱(PBAT)과 옥수수 성분의 폴리락타이드(PLA)도 상업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LG화학은 2028년까지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대산공장에 PBAT 공장 등 10개 공장을 단계적으로 신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PBAT 공장은 연산 5만t 규모로 지어진다. 나머지 공장은 바이오 기반 원료부터 친환경 소재, 폐플라스틱 재활용, 온실가스 저감 분야 위주로 조성된다. LG화학은 대산공장을 ESG 기반 사업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친환경 플라스틱 생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사용 후 수거, 재활용까지 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사업 모델을 만들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이너보틀과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 구축을 나선 것이 그 시작이다. 이 플랫폼은 LG화학이 만든 소재를 활용해 이너보틀이 제품을 만들고, 전용 물류 시스템을 통해 수거한 뒤, 다시 LG화학이 원료 형태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LG화학의 플라스틱 소재만으로 이루어진 용기를 직접 수거해 재활용하는만큼, 플라스틱을 빠르고 완벽하게 재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LG화학과 이너보틀은 공동으로 용기의 생산부터 수거까지 이동 경로를 정교하게 추적할 수 있는 유통망과 물류 회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논의 중이다.

LG화학의 중국 저장성 취저우에 위치한 전구체 공장./LG화학 제공

◇ 中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 재생에너지 100% 전환 성공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 등을 발판 삼아 LG화학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배출량 수준인 1000만톤(t)으로 억제할 계획이다. 현재 사업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2050년 LG화학의 탄소 배출량은 약 4000만t 규모로 전망되는데 탄소중립을 위해 3000만t 이상을 감축해야 한다. 3000만t은 내연기관 자동차 1250만대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량으로, 소나무 2억2000만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LG화학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 ‘RE100’을 추진하고 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달 들어선 중국 내 배터리 소재 전 밸류체인(가치사슬)이 RE100을 달성하기도 했다. 중국 저장성 취저우에 위치한 LG화학 전구체 공장은 저장성 발전사인 절강절능전력으로부터 연간 50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재생에너지를 수급하는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했다. 제3자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중개판매사, 구매자 간 계약을 통해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수급받는 방식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탄소 감축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범용성이 높다.

이로써 LG화학은 지난해 말 제3자 PPA를 실행한 장쑤성 우시 양극재 공장부터 이번 취저우 전구체 공장까지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게 됐다. LG화학이 올해 제3자 PPA, 한국형 RE100인 녹색프리미엄제 등을 통해 국내외에서 확보한 재생에너지 양은 총 337.2GWh에 달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약 8만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ESG 선도 기업으로서 재생에너지 전환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전 세계 사업장에서 RE100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