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부문 분사를 앞두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재진출한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면서 ESS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ESS 시장은 삼성SDI(006400)와 LG에너지솔루션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배터리 3사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에너지형·파워형·산업용·가정용·EV충전기용 등의 ESS를 개발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ESS 시장 진출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관련 제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ESS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관련 시장이 지난해부터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고 있다. ESS는 신재생 에너지를 연료전지에 저장하는 역할을 해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ESS 시장 글로벌 1위인 삼성SDI는 세계 ESS 시장이 연평균 25%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울산광역시 남구 고사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울산 콤플렉스 전경./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 분사 후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전기차에서 나온 폐배터리는 ESS로 재사용할 수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강화하면서 자연스럽게 ESS 사업도 추진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ESS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여만에 철수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전북 고창 ESS 실증단지 구축사업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수익성 문제로 사업을 중단했고, 이후 관련 사업을 계속 축소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철수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가 2019년에 ESS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으나, 2년 동안 성과를 내진 못했다. 그러다 이번 배터리 분사를 계기로 ESS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ESS 시장은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두각을 보이고 있다. 리서치 업체 SNE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SS 시장에서 삼성SDI가 사용량 6.2GWh(점유율 31%)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LG에너지솔루션이 4.8GWh, CATL이 2.8GWh, 파나소닉이 2.1GWh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ESS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ESS 배터리와 전기차 배터리는 모두 중대형 배터리이고 마감재 부분에서만 다른 기술을 적용한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이미 고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ESS 제품 개발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 지배력이 워낙 공고해 SK이노베이션이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화재 사고가 워낙 많아 사업성 대비 부정적인 영향도 적지 않다”며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배터리 화재 이슈가 없었는데, ESS 사업에 진출하면 이런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