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291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탄생했지만 한국은 이중 단 1개 기업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술기업 및 스타트업 전문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글로벌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291개 글로벌 기업이 유니콘으로 등극했다고 26일 밝혔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 기업이 169개(58.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중국에서도 26개(8.9%) 유니콘이 나왔다. 한국은 마켓컬리 한 곳에 불과했다.

올해 신규진입한 기업을 포함하면 글로벌 유니콘은 총 779개다. 보유 순위는 미국(388개), 중국(157개), 인도(36개), 영국(31개), 이스라엘(18개) 순이었다. 미국·중국이 전체 유니콘의 70%를 보유한 가운데, 한국은 1.4%(11개)를 보유하여 세계 10위로 집계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미래 유망산업을 짐작할 수 있는 유니콘 산업분야 상위 5개는 핀테크,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헬스 순이었다. 미국· 중국이 이들 산업분야 유니콘의 62.8%(332개)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AI와 인터넷 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 진출이 전무하고 기타산업 등 상대적으로 비유망 분야에 편중돼  미래형 산업 진출에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유니콘 배출이 어려운 이유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현황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현황을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이 전 세계 투자금액의 72.8%를 유치했다. 한국은 1.5%에 그쳤다. 한국과 투자유치 규모가 유사하지만 18개의 유니콘을 배출한 이스라엘은 사이버안보, AI, 핀테크 등 첨단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투자규모 및 투자단계별 분석을 살펴보면, 1억달러 이상 대형투자에 한정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79.6%를 유치했고 한국은 1.1%에 머물렀다. 지난 3년간 글로벌 대형투자 유치  총금액은 중국(1482억5000만달러)이 미국(1481억70000만달러)을 앞질러 중국 기업과 산업의 미래 가능성을 짐작케 했다. 전경련은 “단계별 투자의 경우 한국은 세계 5강 대비 스타트업의 초기투자 비중이 큰 반면 성장기 스타트업의 레벨업에 필수적인 중후기투자 비중이 작았다”며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투자를 회수하는 엑시트의 경우, 세계 주요 유니콘 강국의 엑시트는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82.8%) 이루어지는 반면, 한국은 M&A(52.9%)를 통한 투자회수시장이 경직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유니콘 기업의 엑시트 사례를 보면, 현재까지 카카오(035720), 우아한형제들, 쿠팡, 크래프톤이 엑시트에 성공했다. 다만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글로벌 M&A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인식으로 엑시트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이 더 많은 유니콘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대형투자 및 중후기투자의 규모를 확대해 성장기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도약시키는 모멘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고, M&A 엑시트가 활성화돼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 자본이 벤처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