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EV’의 배터리 리콜로 LG에너지솔루션이 최대 55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리콜 충당금을 3분기에 반영할 경우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유가증권(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도 연기했다. 볼트EV 등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K-배터리’의 신뢰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산한 LG에너지솔루션의 볼트EV 리콜 비용은 4230억~5500억원 수준이다. GM은 지난 21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된 볼트EV 7만3000대를 추가로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에도 볼트EV 화재 사건을 계기로 6만9000대의 리콜을 결정했다. GM이 인식한 리콜 비용은 18억달러(한화 약 2조1100억원)로 추정된다.
시장에선 LG그룹이 전체 리콜 비용의 50~65% 수준인 1조~1조3500억원 가량을 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LG전자(066570)와 LG에너지솔루션은 6만9000대의 리콜 비용 충당금을 지난 2분기 실적에 각각 2346억원과 910억원씩 반영했다. 이는 GM이 인식한 비용의 38% 수준으로, 비용 분담 비율이 확정되지 않은 최소한의 분담금만 반영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005380)의 코나EV 리콜 사례와 비슷한 비용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발생한 코나EV 리콜 때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비용을 7대3의 비율로 분담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나 리콜 사례를 참고하면 GM이 인식한 2조1100억원 중 LG그룹이 부담할 비용은 약 50~65%로 추정된다”며 “미국 배터리 팩 설비가 지난해 10월부터 LG에너지솔루션으로 이관됐기에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분담비율은 보수적으로 40%로 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최종 비용은 4230억~555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코나EV 리콜 비용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2분기에 선제적으로 반영한 충당금을 감안해도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볼트EV 리콜로 LG에너지솔루션이 진행 중인 기업공개(IPO)도 타격을 입게 됐다. 3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경우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6월 8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신청서 접수 이후 45영업일의 기간을 두고 해당 기업이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지 검토한다.
업계에서는 계속되는 배터리 화재로 K-배터리의 국제 신뢰도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테슬라의 호주 빅토리아주 에너지저장장치(ESS) ‘메가팩’에도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LG에너지솔루션과 일본 파나소닉 배터리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폭스바겐 전기차 ID.3가 전소되는 사건도 있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과 BYD 등의 유럽 공세가 치열한데, 국내 업체는 화재 문제로 계속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라며 “부정적인 실적이 계속 쌓이면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국내 배터리 업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